2020년 신년은 잘 보내셨나요? 저는 요즘 핫한 독감에 걸리는 바람에 첫째 주를 골골하며 보냈네요.
액막이 시원하게 했습니다. 핳핳하. 연일 계속되는 송년회와 신년회의 바쁜 스케줄로 무리하시고 계시다면 저처럼 아프지 않도록 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지난주 2020년 1월 1일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됐나?
물론 좋아서 시작했지만 저의 경우는 처음부터 '디자인'을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마냥 만화 그리길 좋아하는 초등학생이었고, 내가 그림에 소질이 있는지 알고 싶어 미술학원에 갔으며 자연스럽게 입시까지 준비해서 디자인 대학에 다니게 됐습니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디자이너의 꿈과는 다소 멀었죠. (전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했습니다.)
어느샌가 디자이너로써 길을 가고 있지만, 그냥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던 제가 가진 첫 번째 꿈은 컨셉아트 디자이너였습니다. 다시금 좋아하던 원화가들의 작품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던 와중에, 이김에 원화가 인터뷰로 한(?)이라도 풀어보자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경원화가로 활동 중인 분이 생각나서 연락을 드려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원화가를 준비하는 과정의 궁금했던 점이나 팁들을 위주로 인터뷰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네오플에서 배경 원화가로 근무하고 있는 조해준입니다. 현재 배경 원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배경 원화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들 이 있을 수도 있는데 게임 내에 들어가는 각종 환경요소들, 건축물, 무드등을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1-2. 특별히 하고 계신 배경원화가 쪽으로 매력을 느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대학교 때 학교 과제에 쓸 자료를 찾다가 용짱이라는 분의 블로그를 보고 그림 한 장 한 장에 들어간 스토리들, 표현방식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서 이 사람처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었던 것 같네요.
거기에 더해 원래 여행에서 가이드들이 말해주는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왜 이런 문화를 가지고 이런 건축양식을 가졌고 하는 그럼 각각의 문화에 담긴 히스토리를 좋아해서 다큐멘터리도 엄청 좋아하는 편인데 하나의 세계의 문화를 제가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다는 거에 큰 매력을 느꼈었습니다.
1-3. 맡고 계신 분야로 취직을 하고자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공부하셨나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거의 대부분 학원을 통해서 준비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취직을 해야지 하고 학원을 간 케이스는 아니었어요. 존경하던 작가님이 학원 차리셔서 원화가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그분처럼 그리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었던 것만 기억나네요.
1-4. 일하고 계신 분야 이외에 관심 있으신 분야가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는 소설이나, 캐릭터 크리쳐 원화, 모델링, 애니메이션 쪽으로 관심이 있습니다.
너무 문어발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결국 제 머릿속에 있는 걸 풀어낸다는 방향으로는 거의 목적지는 같은 것 같아서 다 매력을 느껴요.
언젠가는 세계관 하나를 통째로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건 어느 정도라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1-5. 혹시 관련 전문 학과를 졸업하신 건가요? (+ 독학은 가능할까요?)
학과는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했고 배경 원화는 주말마다 학원에 가서 공부했습니다. 주말에 피드백을 받고 주간 동안에 작업물을 수정해오는 느낌이었어요. 주변에 뛰어난 실무자 선배나 학원강사가 있지 않는 경우에는 보통 다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초반에 자신의 그림을 객관적으로 + 전문적으로 피드백해줄 멘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단기간으로 실력을 늘리고 싶으시다면 독학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해준 님의 작업물 중에서
1-6. 업무 이외에 시간에 따로 자기개발을 하시는 편이신가요?
아트스테이션은 수시로 찾아보고 있고 그 외에는 개인작업을 통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아트스테이션에 있는 작품들을 보며 보는 눈을 키우고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려고 해요. 자연스럽게 트렌드도 알아보고요.
1-7. 배경 원화 디자인 분야나 다른 디자인 분야에 관심 있게 지켜보시는 디자이너(작가)분이 있으신가요?
(+ 어떤 이유에서 좋아하시는지?)
개인으로 치면 너무 많기도 해서 따로 특정 짓기는 어렵지만 스튜디오로 치면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입니다.
아트북에서 갓 오브 워 게임 배경과 그 디자인 스토리를 읽으면서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ㅎㅎ.
캐릭터 부분에서는 킬 아트님 좋아하고
크리쳐는 스케치는 Stephen Oakley님 채색 스타일은 김재민 님 좋아합니다.
1-8. 해당 분야를 공부할 때 도움이 됐었던 서적과 방법이 궁금합니다.
- [제임스 거니] 컬러 앤 라이트
- [김지훈 ]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디자인 원리로 그림 읽기
아직 기본기가 필요하시면 둘 다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컬러 앤 라이트]는 빛의 표현에 대한 기본기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디자인 원리로 그림 읽기]는 디자인 관련된 기본기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김지훈 님 같은 경우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에도 자료 자주 올려주셔서 그 부분들 보셔도 좋을 거 같네요. 그리고 인체 쪽으로 공부하신다면 [석가의 해부학]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디자인 원리로 그림 읽기를 보시고 기본적인 디자인 이론들을 머릿속에 집어넣으셨으면 아트스테이션이던, 비헨스건 다양한 그림 사이트 들에 들어가서
그 원리와 부합하는 그림들을 찾아보고 , 이 디자인은 이런 부분이 좋다. 이 그림에서는 이런 원리를 사용해서 이런 부분을 강조했어도 좋을 것 같다. 이런 걸 생각하시면서 그림을 보면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하실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었던 집사와 냥이 스케치
1-9. 2d캐릭터 원화 디자인 쪽은 인력 과포화 상태라고 알고 있는데요. 실제로 그런지 그리고 배경 원화 쪽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사실 게임 업계 자체가 접힌 프로젝트가 많아져서 좀 과포화가 아닐까 싶네요. 예전처럼 스타트업이 엄청나게 일어나는 분위기도 아니니까요.
음.. 그래도 같은 게임 쪽 기준에서는 배경원화면 그렇게 인력 포화가 심하지는 않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프리랜서쪽으로 가면 배경 원화는 일이 거의 안 풀리고 캐릭터 쪽이 일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1-10. 한국에서 원화가에 대한 대우는 어떤지? 또 원화가라는 직업의 (한국에서의) 위치나 안정성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사실 특별할 건 없어요. 직종에 들어오기 전에는 원화가라는 직업에 환상을 많이 품었는데 막상 들어오고 나니 그냥 개발자라는 인상이에요. 물론 네임드분들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직업이나 상위 몇 퍼센트를 제외하면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직업의 위치나 안정성은 게임업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보니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은 있기는 해도 아직까지는 안정성이 높은 직종은 아닌 거 같아요. 좋아서 하는 게 크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