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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 노튼 May 24. 2021

<세계 종교의 역사>로 읽는 예언자

백기완 선생 서거에 부쳐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예언자는 어두컴컴한 신전에서 로브를 입은 채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신비로운 사람들이다.

이들은 마치 미래를 훤히 내다보고 있는 신처럼 받들어지곤 한다.


1992년 예수가 재림하여 세상이 끝날 것이라 주장했던 다미선교회

다미선교회의 휴거 파동, 1999년 Y2K, 2012년 마야 문명 지구종말론까지.


미래를 본다는 예언가들의 주장은 수 차례 거짓임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짜 예언가들은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의 돈을 빼앗고 있다.

가짜 예언가들의 활약(?)으로 인해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들 또한 도매급으로 묶여 가짜 취급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세계 종교의 역사>는 예언자의 참 의미에 대한 분석을 제시한다.


예언자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말하는 사람 fore-teller이 아니다. 그들은 앞서서 말하는 사람들 forth-tellers이다. 그들은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신으로부터 들은 것을 설명하거나 알리는 사람들이다. (중략) 그들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설득력 있는 웅변가들이었다.
- <세계 종교의 역사> 일부 발췌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말하는 사람’과

‘앞서서 말하는 사람’은 비슷한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르다.


전자가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에 가깝다면

후자는 시대의 정신을 읽어내 사회를 진보시키는 사람들을 말한다.


예언자란 자신의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파하는 사람이다.


이집트의 노예로 잡혀있던 이스라엘 민중을 해방시켰던 모세.

흑인들이 평등하게 살 날이 올 것이라 했던 마틴 루터 킹.

노동자는 도구가 아닌 ‘인간’이라고 외쳤던 전태일.

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던 이름 모를 누군가도 모두 예언자인 것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


얼마  백기완 선생님의 영면 소식을 들었다.

일평생을 바쳐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노랫말은 그의 ‘앞서서 말하는예언자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노래가 울려 퍼진 지 한 세대도 채 지나지 않아 한국 땅엔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


태국과 미얀마에선 아직도 수 천만의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리고 있다. 우리가 공기처럼 누리는 자유를 선물해준 선지자들에게 감사 기도를. 지구 반대편에서 인간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는 예언자들에게 신의 가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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