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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주현 Sep 02. 2021

힘 빼고 글쓰기

언론사 불합격 후기

간절함이 부족했나 봅니다. 원하던 언론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실기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이틀간 취재 후, 기사를 쓰는 평가였습니다. 주제는 '불공정 이슈'. 생각하기에도 시간이 아까워 무작정 용산역으로 향했습니다. 사람 많은 곳에서 무엇이라도 건질까 말입니다.

 

우연히 한 노숙자와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표를 끊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도움을 드려 서울역까지 함께 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그의 인생을 엿듣고 나니, 그의 삶 자체가 불공정으로 엉켜있었습니다. 그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고, 설명을 덧붙여 르포르타주를 흉내 냈습니다. 빼어났다고 생각하진 않았으나, 최선을 갈아 넣었다고 자부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간절함이 지나쳐 불합격을 한 것 같습니다. 불합격 통보를 받은 뒤, 안타까운 마음에 부족한 점을 여쭈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정성스러운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언론사측의 답장 / '소 서방'은 동행한 노숙자를 지칭.


 욕심이 지나쳐 덧붙인 설명이 합격/불합격의 당락을 갈랐습니다. 힘을 빼고 쓰는 글이 매력적이라는 점을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한편, 제 안에 있는 강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글이 친절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사실은 집착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나친 친절은 독자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차단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소중한 조언입니다. 물론, 조언의 비용은 꽤나 뼈아팠지만 말입니다.


  잠시 넘어졌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하나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독자는 갖은 부연 없이도 충분히 이해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려고 합니다. 더욱 겸손해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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