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마다 피던 꽃이 있었다.
언제나 그럴 것처럼 제 얼굴 활짝 뽐내었다.
그러던 놈이 몇 해 전부터 봉오리에 그치기 시작했다.
작년엔 싹조차 트지 못했다.
매 가을 만개할 땐 그러려니 싶었지만
이제는 꽃망울 터지는 그 순간이 아련하다.
2021년 10월
그놈이 수줍게 얼굴을 비쳤다.
지난 시절만큼 싱그러운 기색은 없지만
작게나마 싹을 틔웠다.
가을이 진해질수록 녀석의 존재감도 짙어졌다.
10월의 끝자락
마침내 봉오리가 보였다.
망울이 퍽 하고 터지면서
지난가을에 없었다는 설움을 모두 터트릴 것만 같았다.
비틀거리며 걸어온 그 길을 나도 안다.
다시 한번 그때의 가을처럼 활짝 웃어
그땐 그랬었다는 전설을
호외로 내보이길 기대했다.
하지만 다시 꽃이 피는 일은 없었다.
내년도 있을지 모르겠는 것이
놈은 너무 지쳐 보인다.
그럼에도 올해는
지난가을의 찬란함은 없었지만
다시 피어 보고자 열의를 뿜어내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꽃망울은 아름답게 지고
그 친구도 아름답게 졌다.
- 10/31 일요일 새벽, LOL 월드 챔피언쉽 준결승에서 패배한 이상혁 선수를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