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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밍순 Oct 03. 2017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전 직장 동료로부터 용한 점쟁이를 추천받았다. 그 친구 말에 의하면, 점쟁이가 자기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 모두 지금 고민중인 문제들을 딱 알아맞혔다는 것이었다. 귀가 솔깃했다. 예전 같았으면 '얼마나 맞겠어'하고 그냥 지나칠 일이었을 테다. 그런데 고민이 많은 요즘, 친구의 추천에 손이 먼저 움직였다.  


카카오 톡으로 받은 링크를 클릭해 샅샅이 훑어봤다.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운영 중이시다. '과연 믿을만할까... 신빨이 약해서 홍보를 빡세게 하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그렇다고 다른 점쟁이를 찾아가 볼 수도 없었다. 아는 사람도 없거니와 '신뢰'의 문제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점쟁이는 척척 맞췄다고 하니 의심은 접어두고 믿기로 했다. 블로그에 적힌 전화번호로 예약 날짜를 잡았다. 


그 다음주 목요일.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지나 주택가에 위치한 '그곳'에 도착했다. 생각한 것과 달리 스산하거나 장엄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기운이 느껴질 줄 알았다.) 앉자마자 복비를 올려놓고 생년월일, 태어난 시를 말하고 점쟁이의 말을 기다렸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만으로도 뭔가를 척척 말할 줄 알았는데, 책자를 펴고 숫자를 쓰시며 계산(?)을 하고 계셨다. '아, 예상과 빗나갔다.' 계산을 하시는 동안 나는 눈알을 열심히 굴렸다. 방 안을 꼼꼼히 훑어봤다. 정말 의심이 많았다. 앉으신 뒤편에 점술에 관한 책이 즐비하게 꽂혀 있었다. 사주 풀이부터 꿈 해몽까지 책 제목이 기억은 안 나지만 모두 점과 관련된 책이었다. 여기서 2차 의심이 들었다. 과연, 신내림을 받은 것이 맞는 것일까! 


"올해 뭔가 바뀌었지!" 대뜸 말하셨다. 

"아뇨."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순간 말씀이 없으셨다. 도와드려야겠다 생각했다. 

"작년에 바뀌었어요. 작년 8월에 퇴사를 했습니다." 

그러자 "그래 작년에서 올해 사이에 뭔가가 변했어." ('아... 말이 추가됐다... 3차 의심...') 

"지금 준비하고 있는 시험 어떻게 될까요?"라고 물었다.

"내년에 있네, 내년에 니 자리가 있어. 올해는 안 나오는데 내년에 자리가 있는 걸로 나와." 

"그럼, 올해 본시험을 통해 내년에 입사를 한다는 소리인가요? 아니면 내년에 본시험이 입사로 이어진다는 말씀이신가요?"

"올해 본시험이 내년 초 자리를 마련해줄 거야."

'아, 그러면 올해 본시험을 통해 내년에 입사를 한다는 소리군.'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시험을 준비하는 게 맞을까요?"

"어. 계속해. 너는, 니 성격은, 뭐 하나를 제대로 하고 넘어가는 성격이지 아님 다른 분야로 안 넘어가는 애야. 그러니까 잔말 말고 이거 해."

그리고 말이 없으셨다. 책도 덮으셨다. 

'아............... 내 5만원......................... 거의 5분 남짓한 것 같은데...................... 다른 질문을 해야겠군.'

"그럼... 연애는..."

"야. 너는 이거 다 하고 다른 거 해야 한다니까? 내년 중후반으로 잡아."


너무나 확실하게 내년 초에 입사할 거라는 확신을 줘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내내 의구심이 들었다. 어떻게 장담하지.... 점쟁이의 말이 확실하다면 좋으련만, 5분 뒤의 일도 모르는 세상에 어떻게 철석! 하고 그 말을 믿으랴....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발걸음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점의 맛을 알았다고나 할까.. 한 번 더 보고 싶어 졌다. 통계를 내듯 여러 곳에 가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용들을 뽑아서 '이것만큼은 확실하군.'하는 뭔가를 얻고 싶어 졌다. 아무튼, 점쟁이의 말이 현실로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럼 또 가야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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