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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린신문 Jan 11. 2020

01. 진짜 꼰대가 디지털 꼰대를 이긴다.

1030 디지털 꼰대의 미래가 위험하다.

[쌓는 아이] 변화
'스펙 쌓는 아이, 콘텐츠 쌓는 아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틱톡, 페이스북, 트위치, 구글, 아마존, MS, 그리고 퀴비까지..
세상 모든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하는데 언제까지 스펙만 쌓을 것인가? 
아이패드로 신문 보는 할아버지


미국에 거주하는 

70세 할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기사를 읽고 있다. 다른 한 곳에선 65세 할머니가 테이블에 신문을 펼치고 읽고 있다. 할머니는 돋보기안경을 착용했고, 할아버지는 착용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신문을 넘기며 읽고, 할아버지는 신문 대신 아이패드 앱을 열어 신문을 구독 중이다. 할아버지 역시 아이패드를 구입하기 전까지는 돋보기안경을 쓰고 종이신문을 읽었었다. 그런데 종이신문을 읽을 때보다 아이패드로 읽고 나서부터 같은 시간 동안 습득하는 정보량이 월등히 많아졌다고 한다. 어떤 점이 좋아졌는지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3가지 장점을 들었다.

아이패드로 신문보는 할아버지

일단, 

돋보기안경을 착용하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종이신문의 경우, 글자가 작아 돋보기를 쓰고, 한참을 읽다 보면 목이 아파 불편하고, 신문을 들고 읽자니 또 팔이 아파 불편했는데, 아이패드는 그런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돋보기보다 크게 글꼴 체를 조절할 수 있어 굳이 안경을 쓰지 않아도 잘 읽을 수 있고, 또 가벼워서 한 손으로 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읽지 않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요즘은 인공지능 오디오의 기술이 좋아져서 진짜 사람처럼 읽어주는 기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길게 듣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진짜 사람이 기사를 읽어주는 앱을 통해 듣기도 한단다. 해당 앱은 전 세계 영어권 나라에서 목소리 좋고, 잘 읽어주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기사를 녹음해 업로드하는 방식인데,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면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목소리를 지정하고, 매일 챙겨 듣는다고 한다. 세 번째 장점은 더 이상 신문을 읽지 않고, 듣고,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신문의 경우, 제한된 이미지만 봐야 했지만, 아이패드의 경우, 유튜브와 링크된 영상을 기사 구독 중에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할아버지의 관심사 위주로 기사를 챙겨 볼 수도 있고, 중간중간 삽입된 광고 없이 기사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큰 매력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종이신문의 구독을 끊은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패드가 유리할 수 있지만, 종이신문의 경우 정보 편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한다.


디지털 꼰대가 위험하다.


필자는 

할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할아버지가 많아지면, 위기감에 휩싸일 수도 있겠구나. 필자의 논리는 이렇다. 인간의 신체 능력을 증강시켜주는 로봇의 발전으로 70세 할아버지의 신체나이가 40대 중년 남성과 비슷해지고, 동시에 최신 정보 습득 량에 있어서 월등히 앞서있다면 지금보다 20~30년 정도 젊게 사회생활에 참여할 수도 있다. 40대의 경우, 한참 자녀교육과 가족부양, 직장에서의 위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위치라 수행해야 할 업무가 많다. 때문에 70대 할아버지만큼 신문을 구독하며 사회적∙기술적 트렌드를 습득할 여유가 없다.


또 다른 논리는 

70대 이상 노인들의 스마트폰 사용 빈도가 지금보다 월등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사에 의하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폰에는 평균 약 40~50개의 앱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나마도 자주 사용하는 앱은 10개 미만이고, 그중에서도 3~4개의 앱이 전체 사용 앱 비중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항공 예약 앱의 경우, 여행 가는 경우가 아닌 이상 자주 열어볼 이유가 없고, 피자 앱 역시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문하는 터라 삭제하기도 애매하고, 그냥 놓자니 자리만 차지하는 듯한 기분만 든다. 


필자의 경우, 

깔끔한 스마트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삭제하기 애매하다고 생각되는 앱은 바로 삭제하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다운로드하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필요한 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그때그때 꺼내 쓰고 싶다는 것이다. 필자의 그런 희망사항이 이미 중국에서는 ‘미니 앱’ 형태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 사용 방식은 이렇다. 


‘샤오청쉬(미니앱)’라고 불리는 이것은 필자처럼 그때그때 필요한 앱을 앱 장터에서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위챗과 알리페이 같은 앱에서 도미노피자나 피자헛, 제주항공처럼 필요한 서비스가 가능한 앱을 찾아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우리로 치면, 

카카오톡에서 친구와 대화하듯 피자 앱 명을 대화 창에 입력하면 해당 앱이 열리고, 이어서 주문과 결제를 하는 식이다. 중국에서는 식당부터 쇼핑, 택시 호출, 공과금 납부를 비롯해 100만 개 넘는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이 같은 ‘미니앱’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텐센트 '위챗' 속 미니앱

그렇다. 

‘미니앱’의 등장은 향후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해 스마트폰을 다루기가 버거운 노인들에게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생활환경이 만들어지고,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사용 환경 역시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노인들의 스마트폰 사용 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덧붙여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가 가속화되면 손목 정도 사이즈의 작은 화면에서 ‘미니앱’ 활용을 통해 지금의 스마트폰 사용만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향후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퇴직연령은 더 낮아지고, 일자리는 스마트 기술에 익숙한 세대 위주로 재편되고, 노인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 위주의 경제정책까지 뒷받침된다면, 노인들에게는 기회, 40대 사회인에겐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정보 공유의 속도


종이신문과 디지털 신문의 

차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정보 공유의 속도’라고 말하고 싶다. 그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흔히들 말하는 ‘꼰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디지털 꼰대’가 되는 것이다. 이는 ‘세대 차이’와는 분명 다르다. 네이버와 유튜브를 통해 일회성으로 정보를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습득한 얇은 지식으로 어설프게 아는 척하는 이들을 가리켜 ‘디지털 꼰대’라는 하는 것이다. 요즘 이 같은 ‘디지털 꼰대’가 10대에서 뿐만 아니라 2030 세대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아이패드로 신문을 보는 70대 할아버지의 경우,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 그리고 관심 가는 소재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주장하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생각을 폭넓게 습득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디지털 꼰대의 등장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일자리 위협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사이 ‘디지털 꼰대’의 수는 증가하고, 그들로 인한 가짜 뉴스와 불편한 정보의 공유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다. 그러는 사이 신체 능력과 지적 능력을 증강한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디지털 꼰대’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고, 그에 따른 대책 또한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다. 단지, 저출산 대책은 투자라 하고, 고령화 대책은 비용 또는 복지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아쉬울 따름이다.

 

아이패드로 신문을 보는 할아버지가 많아져야 한다. 종이신문으로 정보 편식을 줄여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문제 인식만큼 ‘디지털 꼰대’에 대한 문제 인식도 가졌으면 한다. 어설픈 지식으로 무장한 세대에게 우리의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아이가 ‘디지털 꼰대’는 아닌지 한 번의 의구심은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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