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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린신문 Jan 11. 2020

02. 일코노미와 펫코노미

기술의 변화가 구매자가 아닌 콘텐츠로 향한다.

[쌓는 아이] 변화
'스펙 쌓는 아이, 콘텐츠 쌓는 아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틱톡, 페이스북, 트위치, 구글, 아마존, MS, 그리고 퀴비까지..
세상 모든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하는데 언제까지 스펙만 쌓을 것인가?

* 용어설명

일코노미와 펫코노미 : 1인 가구+이코노미, 반려동물+이코노미 합성어

펫코노미
펫 오피스텔


반려동물과 함께 

삶을 공유하며 거주할 수 있는 ‘펫 오피스텔’이 한국에 최초로 생겼다. 기존에는 사람이 거주하는 집에 반려동물을 입양해 키웠다면, ‘펫 오피스텔’은 사람의 거주 공간과 반려동물의 거주공간을 분리했다는 게 특징이다. 주로 반려견과 반려묘의 특성을 고려한 공간 설계가 다수이고, 반려견이 미끄러지지 않게 뒤처리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바닥에 특수 코팅도 했다. 게다가 이웃에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방음 창문으로 설치했다. 


가장 큰 특징은 

저층부 상가에 있다. 펫 미용, 펫 쇼핑, 펫 병원, 펫 호텔, 펫 유치원, 펫 카페 등등 펫 관련 업종 위주로 상가 임대가 이루어지고,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면서 반려동물의 입장이 가능한 업종 간의 이종교배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1~2인 가구 만이 입주할 수 있는 환경이다.


사람이 거주할 공간도 부족한데, 

개∙고양이를 위한 공간을 주변 시세보다 1,000~2,000만 원 더 주고 거주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형 인구구조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시도한 획기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일단, 과거의 집 구조를 잠시 살펴보자. 1980년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화장실은 집 밖에 별도로 있었고, 키우던 개도 마당에서 목줄을 매달아 키웠다. (그 당시 고양이는 담벼락을 수시로 넘나들던 도둑으로 몰리던 때였고, 모든 고양이가 나비로 불렸었다.) 흔히들 말하는 똥차가 정기적으로 와서 재래식 화장실에 모인 변들을 처리했다. 덥고, 습한 여름이면 냄새가 심하게 풍겼고, 추운 겨울 화장실에 가는 것 자체가 곤욕이었던 시절이다.


이후 

아파트 건축 붐이 일면서 화장실은 집 안으로 들어왔고, 더 이상의 냄새와 추위의 불편함은 없었다. 덩달아 마당에서 목줄 매달아 키우던 개들도 집 안에서 키우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작은 사이즈의 견 종을 선호는 이들도 많아졌다. 문제는 그 당시 한 가구에 거주하는 식구가 평균 4~6명이었다는 점이다. 2대와 3대가 함께 거주하는 가구가 많았다는 얘기다. 화장실 혹은 욕실이라고 하는 제한된 공간에서 씻고, 닦고, 세탁에 대∙소변까지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아침이면 가장 핫한 공간인 동시에 짜증 가득한 아침을 맞게 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와 같은 불편함이 지금의 화장실 2개의 구조를 만들었다.

펫 오피스텔 예제

현재, 

전체 가구의 3가구 중 1가구는 혼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펫 오피스텔’은 이들 중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1~2인 가구를 주 분양 대상으로 한다.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약 511만 가구로 4가구 중 1가구를 차지하고, 관련 시장 또한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4.1% 성장했다고 한다. 산업의 주 고객층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화장실이 하나뿐이었던 시절에는 ‘핵가족(한 쌍의 부부와 미혼의 자녀만으로 구성된 소규모 가족)’이 사회 문제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지금의 1~2인 가구를 말하는 것이다. 핵가족화가 되면 ‘가화만사성’이 될 수 없고, 엄마 없이 혼자 살면 제대로 된 생활도 어렵고, 제때 끼니도 못 챙겨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그땐 그랬다.


그동안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과 키우지 않는 이웃 간의 민원이 꾸준히 발생했다. 때문에 반려동물 키우기를 금지하거나 별도 층으로 분리하고, 도심 호텔이나 일반 식당 및 상가에서도 동물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관련된 제재를 풀어 공존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맞춤형 주택과 호텔이 대표적이며 ‘펫 오피스텔’이 처음 시도하는 방식인 셈이다.


일코노미의 외로움이 펫코노미를 만들었다.
일코노미의 외로움이 펫코노미를 만들었다.

물론 

수많은 요인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취업 경쟁이 치열하고, 어려워 휴학이 많아지고, 휴학이 많아지니 졸업이 늦어지고, 그렇게 취업하는 평균 연령이 20대 중반에서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으로 늘어났다. 당연히 결혼시기도 늦어졌다. 30대 중반까지 열심히 결혼자금을 모아도 중형차 한 대정도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보니 서울시내 아파트 구입 또는 전세는 꿈도 못 꾼다. 그러는 사이 혼자 사는 외로움은 커지고,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혼자 사는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상대가 바로 반려동물이었다.


취업 3년 차부터 

생활이 안정적으로 변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활 씀씀이가 증가하면서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생겨나고, 서비스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일코노미의 외로움이 펫코노미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일코노미에 혼자 거주하는 고령자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산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20~40대 1인 가구의 씀씀이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느끼는 외로움과 상대적 박탈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시장은 사람이 아닌 동물들의 편의와 즐거움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펫코노미 시장에서만큼은 개팔자가 상팔자다.


개와 고양이가 사람보다 대접받는 세상이다.


주인과 반려동물이 

행복해하는 사진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시로 공유되면서 ‘펫스타그램’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와 같은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 어디서 어떻게 찍었는지 기술이 분류하기 시작하면서 개와 고양이의 팔자도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태평양에서 핀셋으로 새우의 알만 집어낼 만큼 현대 기술은 발전했다. 전 세계 60억 인구 중에 인터넷을 사용하는 30억 인구와 그중에 5G를 가장 먼저 경험하는 대한민국 5천만 국민 그리고 SNS 활동에 적극적인 약 1천만 명의 사용자 중에서 당신의 씀씀이가 어디에 주로 사용되고, 어떤 걸 가장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디테일 해졌다.

아이들과 반려동물의 미래?

기업에게 

개와 고양이는 콘텐츠로 분류되고, 키우는 사람은 구매자로 분류된다. 기술의 변화가 구매자가 아닌 콘텐츠로 향하는 이유는 다양한 콘텐츠가 구매자로 하여금 지속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미래의 구매자인 동시에 소비자이며 콘텐츠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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