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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린신문 Jan 11. 2020

03. 연간 50만 켤레, 단 10명이 만들다.

일류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마음으로 학습한다.


[쌓는 아이] 변화
'스펙 쌓는 아이, 콘텐츠 쌓는 아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틱톡, 페이스북, 트위치, 구글, 아마존, MS, 그리고 퀴비까지..
세상 모든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하는데 언제까지 스펙만 쌓을 것인가?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현재는 폐쇄)
스마트 팩토리와 스피드 팩토리


독일 안스바흐에 

연간 50만 켤레의 맞춤형 운동화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고객이 매장에서 발 사이즈를 측정하고, 원하는 디자인의 운동화를 골라 주문하면 곧바로 이 공장으로 전달돼 생산되어 다음날이면 배송이 가능한 공장이다. 보통은 일반 공장에서 맞춤형 운동화를 생산하는데 20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이곳에선 하루 만에 주문과 생산이 가능하다. 전 세계 스마트 팩토리의 모범사례로 불리면서 많은 제조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이곳은 세계 기업용 SW분야 1위 기업인 독일의 SAP와 협력해 2017년에 만든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다. 이곳은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가 놀랍다. 연간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할 수 있는 대형 공장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은 단 10명뿐이라는 사실이다. 기존 생산시설이었다면 약 600여 명의 직원이 필요한 생산 규모인데, 이곳에 설치된 3D 프린터와 로봇이 약 600여 명의 일손을 대신하는 셈이다.


SAP

참고로 

SAP는 기업의 생산∙판매∙재고∙재무∙회계 등 각종 빅데이터를 다양하면서 독특한 방법으로 수집해 분석하고, 가공해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축구 선수의 개인별 운동량과 순간 속도, 심박수, 슈팅 동작 등 전∙후반 경기시간 90분 동안 축적된 432만 가지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하기도 하고, 암환자의 병력과 가족력 등을 분석해 맞춤형 치료법과 관리법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파일럿을 꿈꾸는 이에게는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른 방법으로 자격증을 딸 수 있는지 까지 분석해 알려주기도 한다.


필자가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단 10명의 인력과 3D 프린터, 로봇으로 600여 명의 일손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언론∙미디어를 통해 전파된 내용에는 유지 보수나 관리 등에 필요한 인력의 수치는 제외되고, 실제로 생산에 투입된 인력 10명만 언급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대형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조리하는 요리사들의 수치는 빠지고, 홀에서 서빙하는 인력의 수만 언급되었다는 얘기다.


스피드 팩토리에서 

운동화를 만드는 공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고객이 아디다스 매장에서 자신의 발 사이즈를 측정하면 이 정보가 등록되고, 매장에 배치된 운동화를 선택해 원하는 색상이나 소재로 변경을 신청하면 이 정보가 스피드 팩토리로 전달돼 5시간 만에 고객이 원하는 운동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후 맞춤형 운동화에 대한 추가 구매를 원한다면, 이미 등록된 발 사이즈와 과거 구매이력 정보를 바탕으로 온라인 상에서 원하는 색상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갑피, 안감, 깔창, 끈, 뒷굽 형태, 높이 등 원하는 스타일의 운동화를 주문하면 하루 만에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이처럼 

빠른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인공지능 로봇이 스스로 원단을 오리고, 깔창을 붙이고, 뒷굽을 만드는 등 거의 모든 작업을 수행하면 3D 프린터가 그때그때 필요한 일부 부속품들을 제작하기 때문이다. 아디다스의 입장에서는 재고 부담을 덜게 되고, 이로 인한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10명이 인력이 주로 하는 일은 맞춤형 운동화 제작에 필요한 소재를 기계가 인식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위치에 가져다 놓는 역할만 할 뿐이다. 소품종 대량 생산하던 과거의 공장이었다면, 같은 소재를 대량으로 미리 가져다 놓고 생산하면 되었지만,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공장이라면, 그때그때 필요한 소재를 제 위치에 가져다 놓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하루 배송이 아닌 일주일 정도의 여유 기간이 있다면 일괄적으로 주문을 접수하고, 같은 소재의 주문 건부터 순차적으로 생산하면 되지만, 그랬다면 스피드 팩토리라고 하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로봇과 3D프린터로 맞춤 제작된 아디다스 운동화(출처:아디다스)

이는 마치 

아마존의 무인매장이라 불리는 ‘아마존 고’와 닮아있다. ‘아마존 고’ 무인매장에는 계산하는 캐셔가 없다. 대신 QR코드로 입장하고, 원하는 상품을 집어 매장 밖으로 나오면 자동으로 계산되는 시스템이다. 이때 매장 진열대에 새로운 상품을 채워 넣는 작업을 로봇이 아닌 사람이 하게 되는데, 이때도 매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해당 상품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위치에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손님이 어떤 상품을 집었는지 파악하고, 상품 비용을 청구하고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소량으로 작은 매장에서


일자리에 대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스피드 팩토리는 일자리를 사라지게 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먼저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취향의 운동화를 만들 수 있고,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가격 조정도 가능해진다. 특히, 발에 장애가 있는 소비자나 보통 사람과 다른 감추고 싶은 발의 형태를 가졌다면, 이를 보완하는 디자인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이때 원하는 취향이 뭔지 모르겠고, 자신에게 어떤 스타일이 어울릴지도 모른다면,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다양한 상품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명인들이 디자인한 운동화를 그대로 자신의 발 사이즈에 맞춰 제작할 수 있고, 같은 디자인의 각기 다른 용도별로 주문할 수도 있다. 향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이 가미되어 맞춤형 디자인을 잘하는 소비자가 멋스럽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제공해 많은 매출을 올리면 그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케아

또한, 

다품종 소량생산시스템을 대규모 형태가 아닌 소규모 일반 매장 정도의 규모로 생각하면 일자리가 아닌 창업에 대한 기회가 다양해질 수 있다. 체인형 치킨 매장이나 편의점, 커피 매장을 창업하는 대신 소형 3D 프린터와 로봇이 설치된 도심형 스피드 팩토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스웨덴의 가구공룡이라 불리는 이케아의 구상과 유사하다. 3D 프린터로 생산하는 가구매장을 도심 외곽의 대형 매장이 아닌 도심 속 매장 형태로 개발해 1인 가구를 주 대상으로 하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일류 기업들의 중∙장기적인 구상을 학습하는 과정을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벤치마킹이라고 한다.


미래 기술의 변화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 직업을 고민하는 시간에 부모가 함께 벤치마킹하는 마음으로 일규 기업들을 학습한다면, 일자리가 아닌 일등이 아닌 일류에 버금가는 아이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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