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린신문 Jan 11. 2020

04. 온라인 평판

세상이라는 디바이스에 남은 삶의 절반은 동기화될 것이다.

[쌓는 아이] 변화
'스펙 쌓는 아이, 콘텐츠 쌓는 아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틱톡, 페이스북, 트위치, 구글, 아마존, MS, 그리고 퀴비까지..
세상 모든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하는데 언제까지 스펙만 쌓을 것인가?
온라인 평판
디지털 키


애플의 아이튠즈,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 맥도널드, 도미노피자의 공통점이 있다. 어디서든 똑같은 기능 혹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에서 촬영한 사진을 아이패드와 맥북, 맥 PC에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고, 아이튠즈를 통해 서로 다른 디바이스에 공통된 콘텐츠를 담을 수 있다. 구글 크롬의 경우, 로그인 만하면 어느 컴퓨터에서건 사용자가 설정한 똑같은 환경에서 작업이 가능하다. 맥도널드와 도미노피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같은 맛, 같은 가격,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들 공통점의 핵심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물리적인 차이는 존재하지만, 조금만 소프트하게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애플 아이튠즈, 구글 크롬브라우저, 맥도날드, 도미노피자

필자는 이 같은 접근을 좋아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무언가를 묶어 공통점을 찾는 그런 접근 말이다. 고양이와 냉장고의 공통점에서 꼬리가 있다, 차갑다, 생선을 넣는다, 다리가 네 개다, 예뻐야 비싸게 팔린다 등과 같은 엉뚱하면서도 창의적인 생각을 끌어낼 수 있고, 덤프트럭과 코끼리의 공통점에서 크다, 힘이 세다, 다리가 네 개다, 귀가 크다, 밟히면 죽는다 와 같은 생각도 마찬가지다. 팩트 체크보다 상상력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최근에 

출시되는 자동차의 키가 디지털로 만들어진다는 기사에서도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기사에 언급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차량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문을 열 수 있고, 시동도 걸 수 있다. 아파트 현관문에 출입카드를 가져다 대면 문을 열 수 있듯이 스마트폰 패턴이나 지문, 홍채, 안면인식 등을 통해 잠금 해제 후 차량 문 손잡이에 가져다 대도 문을 열 수 있다. 때문에 스마트폰을 분실하더라도 차량까지 분실될 위험은 없다. 


여기에는 

근거리 무선통신기술 NFC와 저전력 블루투스를 활용하기 때문에 통신이 불가한 지역에서도 어려움 없이 작동이 가능하다. 물론,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되면 앞서 언급한 기능들은 사용이 어렵겠지만, 차량 내에 마련된 무선 충전 공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수시로 충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방전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다. 무선 충전 공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충전뿐만 아니라 그 상태로 시동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별도의 열쇠를 챙겨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디지털 키 앱 소개(출처:현대자동차)

무엇보다 

디지털 키의 가장 큰 매력은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 소유주가 인가하면 누구나 열쇠 없이 앱을 다운로드하여 차량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 가능 기간과 지역을 설정할 수 있고, 필요한 기능만 제한할 수도 있다. 이미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기능이긴 하지만, 영업서비스가 아닌 가정형 공유 서비스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택배 주문 시, 배달 장소를 집과 사무실이 아닌 차량이 위치한 주차장으로 설정해 트렁크만 열 수 있는 키를 택배기사님에게 전송해 차에 실어놓을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제공하고 있는 트렁크 배송 서비스와 닮아있다. 미국은 땅이 넓어 지상에 주차하는 차량이 많아 트렁크 배송이 유용할 수 있지만, 한국은 대부분의 차량이 지하에 주차되어 있고, 복잡해 실용적인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온라인 평판 관리


디지털 키에 

대한 정보를 접하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1억, 2억 넘는 오피스텔 분양받아 월세 받는 대신 디지털 키가 적용된 차량 3~4대 구입해 차량 공유 서비스로 활용하는 그런 상상 말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투로 Turo’가 있다. 차량 소유주와 대여자를 연결해주고, 대여료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사업모델이다. ‘자동차 업계의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이유는 개인 간에 거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상호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일단, 

차량 소유주는 대여가 끝난 차량을 정리하고, 청소를 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대여자가 꼼꼼한 사람이라 반납된 차량이 처음 대여했던 그 상태라면 차량 소유주는 대여자에 대한 좋은 평을 남기고, 대여자 역시 차량 상태 등에 대해 좋은 평을 남겨 다음에 사용하는 대여자에게 긍정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한 가장 많은 불만이 차량 관리이다. 이전 사용자가 타고 반납한 차량이 즉각적으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차량 소유주는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좋은 평을 가진 대여자에게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대여자 역시 오래된 연식의 차량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차를 믿고 대여할 수 있게 된다.

미국 개인간 차량공유서비스 '투로 TURO'

차량 대여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의 모든 거래에서 이 같은 평판이 데이터화 되어 관리되고, 공유되어 모든 스마트 디바이스에 동기화된다면, 이는 월세 받아 제공하던 원룸, 오피스텔, 아파트 수익률보다 나을 수도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월세를 받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경우 새로운 세입자를 소개받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고, 새로 도배도 하고, 청소도 하고, 시설물도 교체해주어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시세는 오르기 힘들다는 점이다. 반면, 자동차의 경우, 단기간 대여하는 경우가 많아 수시로 청소하고, 닦아주면서 정기점검 정도만 잘해도 오랫동안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때 같은 차종으로 4대를 구입하는 것보다 관리 잘하는 좋은 이미지의 평판을 가진 소유주라면, 캠핑용 SUV나 3000cc 이상의 고급 승용차, 경차,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날에 사용할 수 있는 콘셉트카 그리고 500kg 정도의 짐을 실을 수 있는 차량 등으로 다양화한다면, 이 또한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동시에 본인이나 가족 등이 필요로 하면 필요한 만큼 원하는 차량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물론, 다시 사용하지 않을 때는 공유(대여)를 통해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열쇠로 차량 문을 열고 잠그던 시절에는 차량용 리모컨의 등장이 주차 후 ‘빵’ 소리와 함께 운전자의 자존감을 높이곤 했다면, 스마트폰으로 자동차를 제어 혹은 통제할 수 있게 되는 시기에는 공유 서비스 기술과 맞물려 온라인 평판으로까지 이어져 다양한 디바이스와 동기화되는 삶의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환)으로 인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점이 되면 이미 우리 삶의 절반은 세상이라고 하는 디바이스에 동기화되어 있을 것이다.


신뢰의 기준이 직장과 연소득 평가에서 온라인 평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며 우리 아이와 함께 부모의 온라인 평판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03. 연간 50만 켤레, 단 10명이 만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