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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린신문 Jan 11. 2020

05. 18개월 뒤 이직하면 연봉 3억 원, 입도선매

그나마도 팔게 있어야 거래가 가능하다.

[쌓는 아이] 변화
'스펙 쌓는 아이, 콘텐츠 쌓는 아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틱톡, 페이스북, 트위치, 구글, 아마존, MS, 그리고 퀴비까지..
세상 모든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하는데 언제까지 스펙만 쌓을 것인가?
현대판 '입도선매' : 18개월 뒤 이직하면, 연봉 3억원


입도선매(立稻先賣)
벼를 논에 세워 둔 채로 미리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


중학생 시절 

친하게 지내던 두 명의 학생이 있었다. 함께 공부하고, 운동하고, 밥과 간식을 나눠먹으며 늘 상위권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며 우정을 다졌던 친구사이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나면서 둘 사이의 우정은 추억으로 머물게 된다. 10년이 흐른 지금 둘의 상황은 아주 많이 달라졌다.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난 친구는 연봉 3억 원을 제안을 받는 고급 인재로 성장했고, 반면 한국에 머물렀던 친구는 군 제대 후 연봉 4천만 원 이상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자소서를 쓰고 NCS시험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미국으로의 조기유학이 정답으로 비칠 수 있지만, 연봉 3억 원을 제안받은 친구의 사연을 들어보면 다소 특이점이 있다.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난 친구는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뉴욕 월스트리트의 모건스탠리 투자은행 부서에 취업했다. 연봉은 우리 돈 1억 5천만 원이 넘는다. 사실, 이 정도 연봉이면 대한민국 15~20년 차 금융권 본부장이 받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 사회초년생의 수준이 이 정도다. 취업 4개월쯤 지났을 때 이 친구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IT와 바이오 등 신기술에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PEF)사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 내용은 이랬다. 

연봉 3억 원을 줄 테니 18개월 뒤에 자신의 회사로 이직해달라는 권고의 내용이었다. 18개월간 모건스탠리에서 투자업무를 충분히 익힌 뒤 와달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신문기사의 일부 내용을 각색한 것이다.)

입도선매(벼를 논에 세워 둔 채로 미리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

입도선매(立稻先賣)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자금이 없거나 빛을 탕감하기 위해 논에서 자라고 있는 벼를 미리 팔아 현금화한다는 뜻에서 생겨난 말이다. 다 자란 벼를 재배해 팔면 큰돈이 되지만, 당장 필요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반 값도 안 되는 비용으로 자라고 있는 논의 벼를 담보로 하는 격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앞서 언급한 미국 친구의 경우가 입도선매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우수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연봉을 먼저 제시하고, 이후 이직을 보장받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산업환경과 한국의 산업환경은 많이 다르다. 개개인의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필자는 취업 환경을 기준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의 취업 환경은 어렵다. 작년에는 어땠을까? 작년에도 어려웠다. 그 전 연도는 어땠을까? 그 전 연도도 어려웠다. 3년 전도 어려웠고, 5년 전도 어려웠고, 10년 전도 어려웠다. 


하지만 

취업 준비 생들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펙 쌓기에서 스토리 쌓기가 추가되었다는 정도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산업전쟁에서 가장 선봉에 서서 싸워줘야 할 우수 인재들이 안정을 도모한다며 공무원 시험에 몰려드는 현상이 미국의 그 친구와 한국의 그 친구 간의 차이를 말해준다.


그런 

친구들(한국)의 공통점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으로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지레 겁부터 먹는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친구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도움으로 노동자의 생산성은 높아지고, 이는 원가절감으로 이어지고, 판매가 역시 낮아지면서 더 많은 구매로 이어지고, 동시에 매출 증대와 이익 증가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투자로 이어져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 순환 구조의 모양으로 신기술을 대한다.


미래 기술은 위협이 아니다.


그렇다. 

미래의 기술은 위협이 아닌 상생이다. 절대적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유튜브를 안다면, 구글이 인수했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야 하고, 인스타그램을 안다면 페이스북이 인수했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야 한다. 아마존을 말했을 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를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이고, 그 창업자가 현재 세계 최고 부자라는 사실 정도는 알아야 한다.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한국 산업 역사에 등장하는 현대 정주영 창업자와 삼성 이병철 창업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튜브에서 

‘1인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고,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온라인 상에서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 한국의 파워블로거 정도)’라는 신조어와 함께 새로운 직 군이 생겨났다. 아마존의 경우, 유형의 자산가치가 아닌 무형의 자산가치가 더 크게 부각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아마존의 2017년도 1분기 매출은 약 40조 원에 영업 이익은 1조 원을 조금 넘겼으며 순이익은 약 8천억 원 정도였다. 그중 아마존 전체 이익의 약 90%는 아마존 웹서비스(AWS)에서 발생했다. 과거 부동산 재벌들의 유형자산이 최고였지만, 현재는 가상의 공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더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AWS(아마존웹서비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명확해졌다. 내신성적-스카이 대학-대기업 입사로 이어지는 방식에서 자신 만의 콘텐츠-인공지능, 로봇과 융합하여 만들어지는 콘텐츠-가상현실 세계에 어울리는 콘텐츠다. 결국, 콘텐츠, 콘텐츠, 콘텐츠다. 


앞서 

미국 친구의 입도선매 사례에서 보았듯이 미래의 기업들은 인재 영입에도 치열한 전쟁을 치르겠지만, 독특하고 새로운 콘텐츠 확보에도 치열한 전쟁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인재 영입이 아닌 콘텐츠 확보 영역에서 입도선매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유튜브의 대표 1인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의 월 수입, 연 수입이 공개되면서 유사한 성격의 1인 크리에이터가 많이 생겨났다. 다행인 건 그들 중 일부가 새로운 카테고리의 생성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19세기 골드러시, 20세기 오일러시, 21세기 콘텐츠러시

19세기는 골드 러시

20세기는 오일 러시

21세기는 콘텐츠 러시


라는 말이 미국 산업계에서 자주 오르내린다. 예나 지금이나 종류만 달라졌을 뿐 입도선매는 늘 존재했다. 그나마도 팔게 있어야 거래가 가능하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콘텐츠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결코 위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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