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린신문 Mar 02. 2020

스벅에서 땅땅거리는 버쿤.

07. 스벅 찾는 사람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깔끔한 정장 차림의 아저씨 버쿤이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정장 차림의 버쿤들은 보통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 버쿤: 스벅을 자주 찾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


전화벨이 울리고, 아저씨 버쿤은 전화를 받는다.


“6만 5천 평이라니까.....

(한참 뒤) 6만 5천 평.

그래... 알았다.”


스벅에 땅땅 거리는 아저씨가 왔다.


6만 5천 평이라...

내가 사는 원룸은 실 평수 7평 정도인데,

도통 감이 오지 않는 평수다.


맞은편에 앉은 아줌마 버쿤은

용기에 담긴 딸기 주스를 마신다.


두 버쿤은 서로 존댓말을 한다.

곧이어 아줌마 버쿤도 땅땅거린다.


딸기 주스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없다.

6만 5천 평.. 하는 동안 마시고 없는 것이다.


190ml 딸기주스는

6만 5천 평을 채우기에 부족한 양인 듯하다.


아줌마 버쿤은 추가로 주문한

워터 프리(Water Free)를 마시고,

땅땅거리는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또 한 번 전화벨이 울리고

아저씨 버쿤은 미팅 중이라 한다.

부동산업자로 보인다.


매장을 나가서도

길 건너 건물들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간다.

아줌마 버쿤은 부동산 찾는 고객인 듯하다.


그렇다.

버쿤들을 관찰하는 동안

그들은 부동산을 관찰하고 있었고,

스벅 창문 밖으로 보이는 보통의 건물들이

그들에게는 비즈니스로 비치고 있었다.


나는 실 평수 7평에 거주하고,

그들은 6만 5천 평 땅을 거래하고 있다.  


갑자기 진한 에스프레소에

샷을 추가하고 싶어 진다.



[스벅 찾는 사람들]

'스벅에서 땅땅거리는 버쿤.' 중에서





작가의 이전글 버쿤은 그런 사람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