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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니아부지 Sep 04. 2023

오랜 친구들이 변해갈 때

아빠 90일차



친구들이 집에 왔다. 맥주와 음식을 나눠 먹었지. 우리 딸에겐 어떤 친구가 생길지 모르겠네. 주변 5명의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 하던데 내 친구들은 누군지. 주변 5명을 누구라고 볼 수 있을지도 어려워진 나이가 되어간다.


한때는 친구들이 전부처럼 부모님도 뒷전이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페스티벌을 즐기기도 하고 술을 나눠마시기도 하고 함께 여행도 갔다. 세상에 두려울 게 없진 않았지만 적어도 '어떻게 살아야 될까'란 걱정은 크게 없이 You only live once를 실천했다. 그래도 됐던 건 친구들이 늘 함께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었겠지.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듯 영원불멸의 것은 없다. 한때임을 알고 잘 보듬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는 건 모나지 않게 흘러간 교우관계에서 배운 점이야. 어쩌다 지금은 오랜만에 한번 만나게 되면 정제된 언어로 안부를 묻고 사회에서 연마한 상대를 배려하는 언어를 쓴다. 무의식에서라도 과거처럼 악쓰며 놀지 않는다. 헤드뱅도 하지 않지.


그렇다고 해서 변한 관계가 슬프지만은 않아. 달라진만큼 충격파 없이 예측가능한 존재들이 됐으니. 불확실하고 우물쭈물할 일이 적어졌다. 편해졌고 여유로와졌다. 몇천원을 아끼고자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다.


그런데 이제 재미는 좀 없는 것 같아. 마음껏 놀아라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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