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100화

[금] 겸손은 적당히!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직업상 워낙 틀린 말에 예민하다 보니 조카에게 종종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곤 했습니다. 이모 때문에 자신도 친구들 사이에서 자꾸만 틀린 말을 지적하게 된다고요. 길거리나 카페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도 종종 틀린 말을 듣지만 내색하진 않습니다. 그냥 개인이 나누는 말이니까요. 그런데 그냥 넘기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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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였으니까, 아주 오래전 일입니다. 문화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었는데 어떤 아티스트가 ‘저희 나라’를 남발하는 바람에 도저히 그냥 방송을 내보낼 수 없을 지경이라 ‘우리나라’라고 오디오를 따서 그 부분을 다시 다 덮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아주 강하게 각인이 되었지요. ‘저희 나라’가 어떤 참사를 불러오는지요.


궁금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표현이 있는지요. 그래서 챗GPT에 물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희 나라’처럼 자기 나라를 겸손하게 낮춰 부르는 표현은 한국(또는 동아시아 문화권)에 매우 독특한 현상이래요. 그래서 다른 나라 언어들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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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공손’이 문법의 일부라고 한들, 나라를 잃어 고생해 본 민족으로서 어찌 그럴 수 있지? 라고 챗GPT에 되물었더니 답변이 참 씁쓸합니다. ‘우리나라’는 주체의 말이고, ‘저희 나라’는 생존의 말이래요. 나라를 잃은 시대를 살았던 조상들에게 ‘우리나라’는 자신의 주체로서 말하기 어려운 대상이라고요. 식민지 시절에는 ‘나라가 내 것’이라는 말조차 허용되지 않았고, 이후에도 국가는 ‘감히 내가 대표할 수 없는 것’처럼 여겨졌고, 그래서 ‘우리나라’보다는 ‘저희 나라(겸손한 우리나라)’가 심리적으로 더 안전한 말이 됐다고요. 세상이 달라지고 있으니 얼른 이것만큼은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잊지마세요, ‘우리나라’입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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