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영화 상영 시간까지 2시간 남짓 남았는데, 제가 있는 곳에서 극장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 걸리는 시간은 30분이었어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날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도 앱을 켰지요. 걸으면 얼마나 걸릴지 궁금했거든요. 용산경찰서에서 홍대입구역까지 걸어서 1시간 23분이 걸린다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너무 앉아만 있었기에 카페는 생각만 해도 답답했거든요.
지금 제게 필요한 게 뭔지 아는 듯 길은 아주 가을~가을~ 했습니다. 사이 몇몇 구간을 빼고는 길도 한적했고, 나무도 아주 많았습니다. 상가 앞을 거닐 때 길가에 내놓은 화분도 지나쳤는데, 그것조차 예뻤습니다.
걸어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지요? 그냥 지하철을 타고 갔더라면 전혀 느낄 수 없는 소중한 행복함이었습니다. 걸으면서 미소 짓는 사람도 만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을 한 사람도 만났습니다. 청년들도 만났고, 지팡이를 짚고 열심히 걸어가는 할아버지도 만났습니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할머니도 만났는데, 생각해 보니 아이를 못 만났어요! 제가 걷기 시작했던 시간이 1시 30분이었거든요. 어른들의 시간은 이제 조금씩 규칙이 사라지는데 아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빼곡하게 정해져 있나 봅니다. 조금 서글프지요?
오랜만에 많이 걸었더니 피곤이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좀 됐지요. 혹시 영화를 보다 졸면 어쩌지? 사부작, 사부작, 영화가 저에게 말을 걸어 왔습니다. 지금 이렇게 영화를 보고 있는 이 순간이 어쩌면 행복일지도 모른다고요. 신기하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영화를 봤고, 영화를 보고 나올 때면 느끼는 세상과의 단절이 이날만큼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다시 사람들 사이에 섞였습니다.
오랜만에 장시간 걸었더니 오른쪽 발바닥에 엄지손톱보다 큰 물집이 잡혀버렸지만, 그래서 꽤 오랫동안 발을 불편하게 만들겠지만, 그래도 참 좋은 하루였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오늘 짬 내서 조금이라도 걸어보세요. 출근길,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한 정거장 먼저 내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