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숨통을 틀어막는 창문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창문이 참 특이하지요? 그런데 안에 들어가서 자세히 보니 벽의 두께도 어마어마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정확한 두께를 확인해 보려고 한참을 찾아 헤매다 찾은 자료입니다.
쇠창은 115×13센티다. 창이라기보다 세로로 긴 네모가 나 있는, 벽 두께는 45센티.
출입구가 있는 벽은 두께 30센티... (중략)
출처 _ [크리틱] 공간·1987㎝ / 서해성(2014년, 한겨레)
혹시 이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민주화운동기념관입니다. 맞아요, 옛 남영동 대공분실! 30년을 넘게 서울에 살았는데, 여태 이곳을 가보지 않은 저를 무척이나 원망했습니다. 울컥 터져 나오는 울분을 몇 번이나 삼켰는지 모릅니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창문 때문에 숨이 막혔습니다. 좁다란 창문을 보고 나니 모든 게 답답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창문의 크기만으로 가해자들의 공간과 피해자들의 공간은 확연히 구분되었습니다. 제가 눈으로 보고 느낀 답답함을 챗GPT도 느끼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쇠 창의 크기와 벽의 두께를 알려주고 이런 공간이 어떤 거 같냐고요.
창의 내부가 터널처럼 보일 거라고, 바깥 풍경이 띠처럼 보일 거라고, 개방감과 전망성이 낮을 거라고, 자연 채광도 너무 제한적일 거라고, 공기 교환량이 적어서 환기 역할을 해야 한다면 보조 역할 정도 가능할 거라고, 외부에서 내부 시야를 막기 쉽다고, 성곽의 총안(銃眼)이나 요새의 창처럼 방어적이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고 했습니다. 제가 느낀 것과 너무 흡사해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철저하게 숨통을 조이기 위해 설계된 이 건물은 뜯어보면 볼 수록, 머물면 머물수록 호흡이 가빠졌습니다. 5층 통제실을 둘러보다 결국엔 서둘러 밖으로 나오고 말았습니다. 저보다 딱 세 살 많은 언니가 말했습니다. 언니의 대학 선배들도 잡혀갔던 곳이라고요.
창문이란 본디 숨통을 틔워주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옛 남영동 대공분실의 쇠 창은 밖을 보게 하되 나가지 못하게 하는, 빛은 들이되 희망은 닿지 않게 하는 구조였습니다. 빛이 들어오지만, 하늘은 잘 안 보이는 높이, 바람이 통하지만, 사람의 얼굴은 나오지 않는 틈, 벽의 두께는 단열보다 심리적 차단의 두께로 작동했습니다. 이 나라를 지금의 모습으로 지켜낸 이들이 참 많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도록 놔두진 않을 겁니다. 그러니 컨디션이 팔팔한 어느 날에 맑은 공기를 한가득 마시고 다시 한번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그때는 미리 해설도 신청해서 말이지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