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방송작가는 노동자일까요?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아직 막내 작가이던 시절, 아마도 2004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나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어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는 노동자가 아니라고요. 창작하는 예술인일 뿐이라고요. 시사 프로그램 제작팀에서 일할 때였는데, PD는 비정규직 노동자고 작가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게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습니다. 얼마나 고된 시간이었을지 상상이 안 되는데, 제작사가 부도를 내면서 받지 못했던 임금의 일부를 1년 넘게 재판을 진행한 후에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메인 작가 선배님들이 열심히 재판에 임하셨지요.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제가 그 나이가 되었고 저는 어쩌다 또 노무사를 만나고 판사를 만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제작사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지요. 제가 이 당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방송작가의 업무를, 노동을 입증하는 게 너무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지역마다 빈발하는 사건의 종류가 다를 겁니다. 여의도 등의 방송 제작사들이 몰려있는 곳에선 방송작가의 업무를 설명하는 게 쉬웠겠지만 제가 그때 당시 있던 곳은 제작사들이 많지 않은 동네였거든요.
어떤 기관이었고, 담당자를 만났습니다. 그 옛날 작가 선배들이 대신 해준 것처럼 저도 함께 일했던 작가들을 위해 대표로 나섰습니다. 그 사람에게 제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왔는지, 그 일을 한 만큼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걸 입증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왜 9시에 출근하지 않는지, 6시에 퇴근하지 않는지, 왜 낮에 일을 마치지 않고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계속 추궁했습니다. 그 시간까지 일한 증거를 말해보라고도 했던 것 같습니다. 방송작가가 노동자였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질문은 받지 않아도 됐을까요?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2022년 드디어 방송작가는 방송사가 고용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직업 전환을 준비 중인 지금도 저는 종종 뭔가 알 수 없는 벽에 막히곤 합니다. 20년이 넘도록 고생하며 살아온 시간을 어딘가 기재할 때마다 턱턱 자꾸만 걸립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노동자인데 창작자로만 취급받는 범위 내에서만 살아야 하는 게 아닌지,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노동자라는 게 도대체 뭘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