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110화

[금] 운이 좋은 아이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언니에게 이따금 듣는 말이 있습니다. “너는 참 운이 좋은 아이야.” 저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뭔가 콱 막힌 것 같은 순간, 다른 길이 나타나거든요. 매번 그게 참 신기했습니다. 종교가 있는 저는 그럴 때마다 하늘에 대고 감사의 인사를 했지요. 근데 얼마 전 언니에게 그 말을 또 들었습니다. 대화를 나눌 땐 그래, 맞아 나는 운이 참 좋아, 라고 생각했지요. 근데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꼭 그런 건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정도 나이가 되었는데도 정말, 아직 운이 좋기만 한 걸까요?


KakaoTalk_20251118_184823198_01.png


방송작가의 삶은 무척이나 불안정합니다. 일하면서 계약서를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고요. 길어야 2년? 그 이상 같은 프로그램을 맡아본 경험이 없거든요. 특집만 줄줄이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면 고작 2~3개월마다 한 번씩 직장을 옮기는 셈입니다. 10년 차가 지났을 때부터였을 거예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늘 다른 무언가를 병행하지 않으면 불안했습니다. 마크라메 팔찌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했고, 문화센터에서 소설창작반 수업도 들었고, 대학로 어느 극단에서 뮤지컬과 희곡 작법을 배웠고, 온라인 강의로 드라마 창작법도 짧게 배웠습니다. 캘리그래피도 배웠고, 화면해설 작가 교육도 받았지요. 뭐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나는 건 이 정도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비록 제대로 완성하진 못했지만, 계속 글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이 불안한 제 마음을 잡아주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은 진로를 바꿔본다고 이런저런 강의를 들으며 자격증도 따고 있고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르니까요.


제가 무언가를 계속할 수 있는 건 이렇게 계속 어딘가 문을 두드려왔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워놓은 것은 언제가 써먹게 되니까요. 이런 데도 제가 운이 좋기만 한 걸까요?


세상엔 참 배울 것들이 많습니다. 무언가 할 줄 알게 되면 세상이 넓어집니다. 그러다 잘하게 되면 성취감에 행복을 느낍니다. 이게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겠지요. 그간 뭐 하나 이뤄 놓은 것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순간만큼은 저에게 수고했다고 토닥여주고 싶습니다. 제 인생을 가장 잘 아는 건 저니까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참 쉽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50대 언니들이 40대일 때, 어서 새로운 일을 꼭 잡으라고 했던 말이 오늘따라 머릿속에 맴도네요. 아자 아자, 우리 모두 힘내자고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작가의 이전글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10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