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127화

[화] 나와 가장 먼 땅끝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아주 많은 순간, 아주 멀리 떠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곳에서 얼마나 멀리 가 보셨나요? 저는 어쩌다 보니 아직 동남아를 벗어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종종 세계지도를 들여다봅니다. 아주 멀리 간다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 가늠해 보지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랜선 여행’도 참 쉬워졌잖아요. 그래서 마음이 답답할 때면 종종 화면 너머로 여행을 떠나봅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런 문구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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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 땅끝’이라 하면, 가장 멀리 떨어진 장소, 더 이상 갈 수 없는 외부의 끝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그 끝이 ‘내 등 뒤’에 있다는 건 가장 먼 곳이, 사실은 밖이 아니라 ‘나 자신의 안’이라는 뜻처럼 읽히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멍하니 그 문장을 바라보았습니다. 이 문구 자체가 정말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거든요.


지금 저는 그 어떤 때보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고 있습니다. 선뜻 어딘가로 떠나진 못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멀리 보려고 애쓰고요. 지금이 변화의 시기이자 성장의 시기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작 지금의 제게 가장 큰 이동은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뒤돌아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요. 땅끝은 미지의 나라가 아니라, 돌아서야만 닿을 수 있는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문구는 타인의 세계나 낯선 장소보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고백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에게 있어 누구보다 가까이 있지만 가장 설명하기 힘든 존재가 ‘나’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손등을 등 뒤에 올려놓고는 가만히 쓸어주었습니다. 등은 쓸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다 문득 다짐해 봅니다. 어느 날 휙 돌아서서 걸어보자고요. 길은 앞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뒤돌아선다고 절대 후퇴하는 게 아니니까요. 어쩌면 더 넓은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르니까요. 탁 트인 망망대해 앞에 서면 말이 필요 없듯이 쓸데없는 불안이나 걱정 같은 건 발붙일 틈도 없을 것 같습니다. 내 등 뒤에 이미 드넓게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면, 무얼 하든 겁먹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가도 괜찮지 않을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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