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손’이 가진 힘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약국에서 매일, 하루 4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그래서 제 일상에 가장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바로 ‘손’의 사용이지요. 전에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다였는데, 요즘은 다채롭습니다. 어릴 적 피아노를 칠 때도 손이 빠르다는 얘길 들었는데, 뭘 해도 야무지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요즘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끔은 제 손이 아닌 것 같아 낯설기까지 합니다. 처음엔 그저 낯선 공간이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은 아닌 듯해요. 갱년기를 불러오면서 안 나던 땀이 손에도 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그것만도 아닌 듯해요. 요즘 캘리그래피 달력을 몰아서 만들곤 하는데, 글씨를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손이 덜덜 떨리기도 합니다. 손도 나이를 먹는 거겠지요?
작가에게 손은 참 중요합니다. 머리로 생각만 해서는 표현이 안 되니까요. 손으로 적고 타이핑을 해야 글이 온전히 누군가에게 전달이 되니까요. 그래서 손목이 아프거나 손가락이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직업병이라는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손을 쉬게 해주라고요. 근데 물리 치료를 받아도 그때뿐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손가락의 통증, 손목의 통증을 대하는 노하우가 점점 쌓였지요. 그래서 지금도 다채로운 형태의 보호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게 깁스하듯 손바닥과 손목을 고정하는 보호대입니다. 통증이 생기면 안 움직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으니까요.
어느 날, 명랑해 보이는 손님이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아왔습니다. 나이는 많아야 20대 후반? 손에 통증이 심해 보였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아프게 됐냐고 약사님이 물었지요. 씩씩하게 손님은 답했습니다. 물류센터에서 일해서 그렇다고요. 그 말을 듣는데 꼭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참 건강하게 생활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거든요. 세상엔 참 여러 갈래의 길이 있으니까요. 어느 길이 좋고 어느 길이 나쁘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좀 더 쉬운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옆길로 새지 않고 올곧게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자신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그 뒤로 한 번 더 만나고 싶었는데 못 그랬습니다. 아마도 통증이 나아져서 오지 않는 거겠지요? 어딘가에서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그 젊은 청춘에게 힘내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