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132화

[화] 함부로 웃거나 울 수 없는 자리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오늘은 방송일을 하면서 느꼈던 마음 하나를 조심스레 풀어보려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니 일반화하지는 말아주세요^^;


총괄 메인 작가는 스튜디오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닐 일이 많지 않습니다. 팀 메인 작가들이 각자 맡은 몫을 잘 챙기니까요. 녹화와 관련된 세세한 조율 역시 굳이 총괄 메인 작가가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서브 작가는 회차별 출연자를 챙기고, 팀 메인 작가는 자신이 쓴 대본을 바탕으로 MC와 패널들에게 주의 사항 등을 전달합니다.

저는 그사이를 오가며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분위기를 전하지요. 가끔 손이 많이 가는 준비물이 있으면 혼자 구석에 앉아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장 덜 바쁜 게 저니까요.


카메라 세팅이 끝나면, 카메라에 걸리지 않게 틈을 마련해 작가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저는 맨 뒤, 가운데쯤에 자리를 잡습니다. 제 옆자리는 CP(책임프로듀서) 자리일 때가 많고요. 녹화 진행 흐름을 봐야 하니, 카메라가 제 시선을 가리지 않게 피해서 앉지요. 그러다 보면 MC와 정면으로 마주 보고 앉을 때가 많습니다.



저는 감정을 얼굴에 잘 드러내는 편입니다. 흔히 말하는 ‘리액션 부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마스크를 써야 했던 코로나19 시기가 오히려 편했습니다.

한번은 무릎 위에 올려둔 대본을 보다 고개를 들었는데, 진행자가 제 표정을 보고 있더라고요. 녹화가 잘 흘러가는지, 아니면 삼천포로 빠지고 있는지, 제 표정을 보고 파악했던 거죠. 그걸 깨닫고부터는 저는 자리를 살짝 옮겼습니다. 제 얼굴이 보이지 않자, 눈빛이나 수신호로 대화할 수 없어 녹화가 잠시 멈춘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숨어있는 쪽이 제겐 편했습니다. 제가 갑자기 일어나거나 팀장 PD와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누군가에겐 신호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저에게 총괄 메인의 자리는 함부로 웃을 수도, 옆 사람과 속삭일 수도 없는, 묘한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깨닫습니다. ‘아, 나는 그 자리가 행복하지 않았구나. 관리자의 자리는 나와 맞지 않았구나. 나는 구성하고 직접 대본을 쓸 때가 행복했구나.’


사람에게는 저마다 어울리는 자리가 있잖아요.

여러분은 어떤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인가요? 지금 그런 자리에 계신가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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