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화 [목]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여러분은 하루 중 어떤 소리를 가장 많이 들으시나요? 제가 하루 중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약사님의 목소리입니다. 오전 네 시간, 약국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약사님은 참 정성이 지극하십니다. 어쩔 땐 저러다 목이 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모두에게 정성스럽게 설명을 쏟아내시죠. 그중 하도 많이 들어 제 귓가에 딱지처럼 앉아버린 말들이 있습니다.
“어르신, 물을 많이 드셔야 해요. 차(茶)는 차일 뿐이지 물이 아닙니다.”
“약 드시고 나서 30분 동안은 커피, 콜라, 우유 절대 드시면 안 돼요. 약효 떨어집니다.”
“밤에 불 끄고 스마트폰 보지 마세요.”
옆에서 듣고 있으면 참 따뜻한 걱정인데, 받아들이는 마음은 제각각입니다. 어떤 분은 “고마워요, 선생님.” 하며 보약처럼 그 말을 품고 가시지만, 어떤 분은 “다 아는 소리를 뭘 그렇게 길게 해!”라며 날카로운 소음 취급을 하며 나가시기도 합니다. 다 본인 좋아지라고 하는 소린데 말이지요.
그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생명이 되는 ‘소리’가 마음의 여유가 없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고막을 찌르는 ‘소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소리와 소음을 가르는 건 어쩌면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 크기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 그릇 크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오전 내내 타인의 아픔과 걱정이 섞인 소리 틈에서 부대끼다 집에 돌아오면, 비로소 제 세상은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듯 고요해집니다. 이 고요함 속에서 저는 비로소 ‘나를 위한 소리’를 고르기 시작합니다. 밖에서 묻혀온 소음을 털어내고, 내 마음이 진짜 듣고 싶어 했던 소리로 빈 공간을 채우는 거죠.
어떤 날은 가사 없는 클래식 선율에 마음을 기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영화 속 주인공이 던진 짧은 한마디를 입안에 넣고 사탕처럼 굴려봅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그 낮은 중얼거림이 고요한 방안에 파동을 일으킬 때, 비로소 제 마음의 박동도 제자리를 찾습니다. 밖에서 ‘박작박작’하게 소진되었던 에너지가 안에서의 ‘고요한’ 소리로 다시 차오르는 순간이지요.
여러분의 일상은 어떤 소리로 기억되나요? 혹시 누군가의 진심 어린 조언을 귀찮은 소음으로 오해해 밀어내고 있지는 않나요? 혹은 세상이 떠드는 소란스러운 소음에 치여, 정작 나 자신에게 들려줘야 할 다정한 목소리를 잊고 계시진 않나요?
이 아침, 제가 건네는 몇 글자의 오프닝이 여러분에게는 소음이 아닌,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투명한 소리가 되길 바랍니다. 밖은 여전히 박작박작 소란스럽겠지만, 그 소음들 사이에서 여러분을 살게 하는 좋은 소리 하나쯤은 꼭 발견하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