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귀인

155화 [화]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으악, 꿈속에서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깼습니다. 실제로 소리를 지른 건 아니고요^^; 꿈을 자주 꾸는 편이 아니라서 일어난 뒤에도 잔상처럼 오래 꿈이 남아있었습니다. 어떤 꿈이냐고요?


집 안 거실에 있었는데 엄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뱀이다!” 그 소리를 너무 놀라서 도망갈 준비를 했지요. 제가 뱀을 아주 싫어하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고개를 돌렸는데 방 안 침대에 흰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습니다. 너무 놀라 눈이 동그래져서 피하려는 찰나 그만 구렁이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지요. 도망가면서 생각했습니다. 무슨 구렁이가 저렇게 예뻐? 온통 흰색에 에메랄드빛 커다란 점이 머리에 하나 있었거든요. 마치 머리핀을 꽂은 것처럼요.

저는 도망쳤고, 구렁이는 저를 쫓아왔습니다. 물리겠구나 싶었던 그 순간에 애인 사이나 반려동물들이 자주 하는 행동, 있잖아요. 겨드랑이 사이에 머리 들이밀기요. 구렁이가 그렇게 제 겨드랑이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래서 도망가다 멈추고 구렁이를 쳐다보다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10년이 넘은 것 같아요. 출연자와 작가로 만나서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오고 계신 교수님이 계십니다. 연말 연초나 명절에 안부 인사를 나누는 사이였지요. 제게 그분은 언제나 바른 모습으로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그런 분이셨어요. 방송일을 할 때도 전문가 섭외를 못 해서 곤란할 때 종종 도와주기도 하셨지요.


지난 연말에는 연하장 대신 직접 캘리그래피 달력을 만들어서 보내드렸는데 오랜만에 얼굴 보자고 연락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약속을 잡고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그간 무척이나 달라진 제 일상을 말씀드렸지요. 조금은 속상한 이야기도 섞여 있었지만, 교수님 특유의 밝고 강건한 미소로 잘 살고 있다고, 얼굴이 좋아 보여 다행이라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전혀 아파 보이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아주 기분 좋게 맥주도 마셨습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요즘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었거든요. 근데 교수님과의 식사 자리 중에 제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게 느꼈습니다. 닫힌 마음도 조금 열린 듯했습니다.


우리 인생에는 달려야 하는 순간도 쉬어야 하는 순간도 있잖아요. 다시 조금씩 삶에 속도의 기어를 올려도 좋다고 응원해 준 귀인 덕분에, 어쩐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습니다.

문득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귀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거창한 도움은 아니더라도, 길을 잃고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제가 받은 이 따뜻한 위로 한 조각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게 제가 받은 행운을 가장 멋지게 돌려주는 방법일 테니까요.

여러분도 오늘 저처럼 예기치 못한 귀인을 만나시길 바랄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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