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월]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화면 해설 작업은 가끔 의뢰가 들어올 때만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고정으로 한 프로그램을 담당해서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전처럼 여유롭게 작업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본방 후 파일을 받으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야 하고, 검수 작업과 더빙을 재방 전까지 완료해서 다시 방송사에 파일을 전달해야 하거든요.
아침마다 고정적인 알바를 하는 저에게는 참 난감한 제안이었습니다. 그나마 마무리해서 넘겨야 하는 날이 토요일이라서 상의해 보겠노라고, 전화를 끊었지요.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마음에 설렘도 몽글몽글 피어올랐지요. 분명 고된 작업이지만 일하는 동안 엄청나게 성장하게 될 테니까요.
격주로 일하는 토요일 오전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오후에 근무자와 상의했지요. 근데 토요일은 쉬고 싶은 날이잖아요. 오후 근무자가 난감해했습니다. 이대로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 토요일에 일하고 일, 월 이틀을 쉬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요. 한 번도 하루 종일 근무해 본 적 없지만 닥치면 또 하게 되니까요.
어떻게 됐냐고요? 그냥 없던 일로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어떤 일을 해보고 싶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되잖아요. 오후 근무자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되니까요. 새로운 작업의 기회를 놓친 걸 약사님이 더 안타까워하셨습니다. 하지만 고정 작업이기에 절대 무리할 수 없다는 걸 제가 가장 잘 압니다.
그렇게 화면 해설 고정의 꿈은 하루 만에 휘리릭 제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이게 뭘까 싶더라고요. 잠시 허탈한 마음이 들어 멍하니 창밖을 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경험이 나에게 주려는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신기루처럼 기회가 왔다가 사라졌지만,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 나의 삶은 언제든 무엇이든 새로운 일이 생길 수 있는 단조롭지 않은 삶이다. 무엇이든 배워두면 언제든 기회는 올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일을 벌이진 말자. 곧 새 학기가 시작될 테니까.’
신기루는 멀리서 보면 신비롭고, 가까이 가면 사라지지만, 그게 거기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막을 걷는 이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비록 이번 기회는 스치듯 지나갔지만, ‘언제든지 나를 찾는 곳이 있다’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른 하루였습니다. 잠시 설렜던 마음은 서랍에 잘 넣어두고, 저는 다시 저의 다정한 일상으로 돌아가 보려 합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혹시 기회가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