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헛걸음의 매력

165화 [화]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아침마다 40분가량, 명상하고 강연을 듣습니다. 듣다 보면 하나씩 귀에 박히듯 날아드는 낱말이 있는데요. 오늘 제 마음에 콕 박힌 단어는 ‘헛걸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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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걸음’이라는 낱말을 듣자마자, 그냥 글자가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미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지요. 글자가 예쁘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쩐지 낱말의 뜻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분명 어딘가 예쁜 구석이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다다른 낱말은 ‘경험’이었어요. 경험에는 ‘실패’와 ‘성공’,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잖아요. 비록 실패했어도 다음번에는 이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면 된다는 소중한 경험을 얻었으니, 절대 허투루 보낸 시간이 아닐 거예요. 반대로 성공했다면 그 경험을 기억해 두었다가 앞으로 계속 그대로 해나가면 될 일이고요.


그러니 ‘헛걸음’이란 낱말은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아름다운 말이 맞지요?


지난주의 일입니다. 그날 만남을 위해 며칠 전부터 선물을 준비했고, 캘리그래피 달력을 만들고, 약속 당일에는 맛난 식빵을 먹이겠다며 바리바리 손에 들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그때 서야 약속을 취소하자는 문자를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헛걸음이 된 거지요. 하지만 저는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어요. 선물은 얌전히 사무실에 두고 나왔고, 후배의 고민거리를 들으며 오붓하게 둘이 점심을 먹었지요. 후배가 신혼 여행길에 사 온 맛있는 간식거리도 받아왔습니다.


그렇게 그날은 ‘헛걸음’이라 부르기엔 꽤 괜찮은 하루가 되었습니다.

돌아서지 않아서 얻은 기억 하나면, 저는 충분했으니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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