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재방송이 불러온 추억, ‘우라질’

171화 [월]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종편에 케이블까지… 채널이 많아지면서 무한 반복되는 재방송을 발견하곤 합니다. 영원히 늙지 않는 모습이 박제된 채 반복되니, 당사자인 배우들은 참 민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그런데도 재방송이 계속되는 이유가 있겠죠? 그게 뭘까 생각해 봤는데, 그만 무심코 드라마 재방송을 보다가 그 옛날 막내 작가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말았습니다.


문예창작과를 전공하던 학부 시절, 지극히도 고지식한 학생이었습니다. 누군가 틀린 말이라도 사용하면 못 참고 지적하고, 외래어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날 정도로, 대체 왜 그렇게 고집불통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대학 생활을 마치고 방송판에 입문했는데 남몰래 눈물을 펑펑 쏟는 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은 저는 입 밖으로 거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우라질 _ 일이 뜻대로 안 되거나 마음에 안 들 때 혼자서 욕으로 하는 말.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다들 익숙하시죠? 2003년에 방영된 드라마 <다모>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유행처럼 사람들이 ‘우라질’이라는 말을 따라 했지요. 저도 그렇게 처음으로 욕(?)을 입에 담았습니다. 유행하던 말이라 그런지 제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도 사람들이 그리 놀라지 않더라고요.

아침을 먹다가 우연히 드라마 <다모>의 재방을 보고 막내 작가 시절 추억이 떠올라 버렸습니다. 여의도의 한 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나이 고만고만한 작가 셋이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면 ‘우라질’을 연발했지요.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본방을 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의 역작,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입니다. 이건 2005년 작이네요. 이 드라마를 함께 보던, 여의도 그 사무실에 함께 있던 작가 친구와 함께 어느 해 9월쯤 제주도에 갔습니다. 저질 체력을 가진 저희였지만, 삼순이처럼 이를 갈며 한라산에 올랐지요. 비가 와서 삼순이처럼 우비도 입었던 것 같아요.


비오는날 산행.jpg


가슴에 콕 박힌 어떤 이야기는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기고, 훗날 또 떠올리게 하는 아주 멋진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여러분도 재방송 채널을 돌리다 문득 멈춰 서게 만드는 나만의 드라마나 그때의 유행어가 있으시겠죠? 월요일 출근길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 테니 저랑 함께 추억 소환 해 보실래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작가의 이전글[오프닝] 한 끗 차이로 바뀌는 삶의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