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여백이 많은 삶이 더 아름다운 이유

179화 [금]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하루의 일정이 빽빽하게 차 있어야 안심되시나요? 아니면 답답함을 느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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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프기 전까지는 하루가 빽빽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몸이 한 번 멈추고 나니 알게 되더라고요. 일정이 꽉 찬 하루보다, 숨 쉴 틈이 있는 하루가 훨씬 편하다는걸요.


열심히 세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 잘 알잖아요. 결코 내가 세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는 걸요.


몇 해 째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수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쪽에 2025년 11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월별 달력이 몰려 있고, 이어 주간별로 기록을 할 수 있게 페이지가 나뉘어져 있습니다. 헐렁한 일정을 좋아하는 탓에 주간 일정은 군데군데 텅 비어 있지요.


그래서 그 텅 비어 있는 공간이 허전하지 않냐고요? 비워두다 보니 깨달은 게 있는데요. 비워두니까 또 다른 용도로 다 채워지더라고요. 언젠가부터 그 비어 있는 공간에 쓰고 싶은 글의 소재를 적기 시작했거든요.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은 갖가지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글자들이 빼곡하게 채워집니다. 일정이 빼곡한 것보다 쓰고 싶은 글 소재가 가득 찬 게 더 배부른 저는 천생 작가인 거겠지요?


종이에 여백이 있어야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쓸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 삶에도 그런 공허함이 필요한 걸 테고요.


텅 빈 공간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큰 가능성을 품고 있기도 합니다. 빽빽하게 채워진 일정 속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나만의 속도와 시선을 발견하게 해주죠.


그러니 혹시 오늘 여러분의 주간 일정이 텅 비어 있더라도 초조해하지 마세요. 그 빈칸은 아무것도 없는 허무가 아니라,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원고지와도 같으니까요.


우연이 찾아올 수도 있고, 고요한 영감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그 여백에 어떤 이야기가 채워질지 가만히 기다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도, 주말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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