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수]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여러분은 주로 어느 손을 사용하시나요?
저는 밥 먹을 때 가끔 양손을 사용하는 거 말고는 평생을 지독한 오른손잡이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잡이인 줄로만 알았지요. 그런데 몇 해 전 우연히 제가 어린 시절에는 왼손잡이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남들과 달라 힘들게 살까 봐 엄마가 억지로 바꿔놓았다고 하셨습니다.
어느 날 문득 왼손으로 물건을 잡았을 때 편안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아마도 남아있는 습성 때문이었나 봅니다. 어쩌면 저는 아주 오랫동안 이 서투른 편안함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참 기특하고 고맙게도 제 오른손은 쉼 없이 방송 원고를 쓰고, 기획안을 다듬으며 부지런히 제 밥벌이를 해왔지요. 요즘은 손으로 글씨를 쓰기보다 타자 칠 때가 많다 보니 오른손으로 글씨를 쓴다는 의미가 많이 희석되었지만 그래도 오른손이 왼손에 비해 더 고생한 건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요즘 저는 제 몸에 달린 이 ‘왼손’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는 중입니다. 마흔일곱, 다시 공부를 시작하며 마주한 낯선 배움 앞에 서니 제 마음이 꼭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기분’이더라고요.
평생 써온 오른손처럼 능숙하고 빠르게 해내고 싶은데, 마음과 달리 손가락은 자꾸만 삐뚤빼뚤 엇나갑니다. 선 하나 긋는 것도, 새로운 용어 하나 익히는 것도 오른손을 쓸 때보다 몇 배는 더디고 힘이 들어가지요. 처음엔 그 서툶이 답답해서 자꾸만 다시 익숙한 오른손을 내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서툴다는 건 그만큼 새로워질 자리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더라고요. 오른손이 너무 당연하게 해내서 잊고 살았던 ‘처음의 마음’을, 이 서툰 왼손이 매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속도는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 힘이 들어가 덜덜 떨리는 왼손의 감각 덕분에, 저는 제가 다시금 무언가를 뜨겁게 시작했다는 사실을 실감하니까요.
혹시 여러분도 지금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 같은’ 낯설고 서툰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오른손을 단련했던 시간도 귀하지만, 이제는 조금 서툴러도 괜찮은 나의 왼손을 마음껏 응원해 주려 합니다.
오늘만큼은 서툰 왼손으로 마음껏 삐뚤빼뚤하게 세상을 그려보자고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