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영원히 박제된 메일 주소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막내 작가 시절에 만든 메일 주소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소가 복잡하면 상대방에게 알려줄 때마다 괴로울 거라는 걸 예상했기에 쉽게 만들었지요. 그 메일주소로 섭외를 위해 별별 카페에 다 가입하고 별별 사람에게 메일을 보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제 메일함은 다채로운 분야의 메일로 채워졌습니다. 저는 비록 그 프로그램을 관둔 지 오래지만, 이미 없어진 프로그램이지만, 그래도 그분들에게 저는 계속 그 프로그램의 담당 작가로 혹은 기자로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여담인데 방송작가를 기자로 착각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전화 통화의 시작과 끝에 작가임을 밝히고 문자를 보내고 메일 보내고 하는데도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포기할 때가 많았습니다. 어떤 호칭으로 불리든, 방송만 잘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여전히 기자님, 하면서 오는 메일도 있습니다.
메일 주소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한 게 언제였을지 생각해 봤는데, 서른 살 무렵 문화프로그램을 맡으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금요일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무려 2시간 동안 생방송을 했습니다. 무모했지요^^; 공연팀을 라이브로 방송국 무대에 세우다니요. 처음에 섭외할 때 모두 어이없다는 반응이었거든요. 그런데 프로그램이 막을 내릴 즈음에는 세트 일부를 떼어와 설치한 후 방송할 정도로 모두 열심이었지요. 참 어렵게 하루하루를 견뎠을 텐데, 관객이 많이 몰릴 금요일 공연을 오롯이 포기하고 방송을 함께 해준 그분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제 메일주소는 공연계 관계자들에게 퍼져나갔지요. 인수인계되듯 말이지요. 일을 그만둔 후에도,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에도 계속 메일은 왔습니다. 처음엔 전화로도 알려보고, 답 메일도 보냈지요. 근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담당자가 바뀌는 순간순간, 그런 세부 사항까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나 봅니다. 포기한 다음부터는 아~ 이런 공연이 곧 올라가는구나! 합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을 다행히 그렇게 메일을 통해 알고 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흔적을 남기며 살고 계신가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