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59화

[목] 나이 어린 선배를 발견했습니다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오늘은 마음을 찡하게 울렸던 시 한편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요즘 시를 써 보겠다고, 죽기 전에 꼭 시인으로 등단하겠노라 그 옛날 품었던 꿈을 이뤄보겠노라고 끄적이고 있습니다. 저의 전공은 문예창작학과 그중에서도 ‘시’였거든요. 그런데 도무지 진전이 없습니다. 이 어려운 걸 20대 초반에 어찌 그리 휙휙 잘도 썼던 걸까요? 몰라서 용감했던 걸까요?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무작정 달려갑니다. 그렇다 보니 금세 동력을 잃습니다. 준비가 부족했으니까요. 그런 순간이 닥치면 교과서 같은 것을 찾습니다. 다시 배워야 하니까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신춘문예 당선 시집>을 빌려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당선작들은 어떤지 알아야 하니까요. 근데 제가 시를 너무 멀리하고 살았나 봅니다. 도통 어려워서 모르겠더라고요. 좌절했습니다. 그간 가까이한 언어가 이렇게나 달랐나 봅니다. 죽자고 매달려보지 않고 이런 나약한 소릴 하면 안 되지만, 사실 지금도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일단 마음을 비우고 읽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발견했습니다. 나이 어린 선배를 말이지요.


88년생이고 학교 과 후배였습니다. 2019년에 당선을 했더라고요. 졸업하고 몇 번 학교에 갔더랬습니다. 한 번은 졸업생과 재학생이 다 같이 모이는 자리였는데, 그때 마주 앉아 있던 후배가 출생한 해가 88년이라고 해서 놀랐던 게 문득 떠올랐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한 공간에 있었겠구나. 나이 어린 후배는 꾸준히 시를 써서 등단하고 시인이 되었고, 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던 게지요.


시인이 아닌 다른 삶을 살면서 종종 기웃거리긴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저보다 훨씬 어린 등단자들이 등장했고, 아마 그때부터 완전히 마음을 접었던 것 같습니다. 비단 시뿐만이 아니었지요. 만나는 전문가들도 나이가 어려졌습니다. 교수라는 존재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존재였는데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된 거지요. 한동안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게 아마 10년 전쯤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 <신춘문예 당선시집>에서 만난 후배는 정말 저에게 나이 어린 선배가 될 수 있을까요? 제가 등단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니까요.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과정을 즐기며 가보자고 다짐합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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