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72화

[화] 심리부검을 통해 발견하는 시그널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심리부검은 한때, 희곡 작법 수업을 들으러 다니던 시절 푹 빠졌던 소재입니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어요. 부제가 정말 억장이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 였거든요.


심리부검은 자살자가 정말 죽겠다는 의지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죽겠다는 의지를 찾느라 애쓰다 보면, 그 죽겠다는 의지가 사실은 살고 싶다는 의지, 살려달라는 내면의 호소였음을 알게 된다.
- 서종한, 책 <심리부검> 머리말 중


처음엔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신기해하며 읽기 시작했고, 그 다음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자살’은 금기어나 다름없기에 주변에 제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자살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어떤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셈입니다. 쉬쉬하고 덮어버린다고 자살률이 낮아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심리부검>이라는 책에는 무수한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하나의 사례가 마무리될 때마다 깨닫는 건 시그널이 있었는데, 누군가 그걸 알아챘더라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울하지만은 않았던 이유는 ‘아, 이런 게 자살을 생각하는 시그널일 수 있구나, 나도 주변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읽은 지 오래라 명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 시그널이 아주 특별하거나 독특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그냥 관심만 가져주어도, 얘기를 들어만 주어도 막을 수 있었던 자살이 많았으니까요.


심리부검이란 과정이 소중하게 생각됐던 이유는 한 사람의 죽음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가족의 죄책감을 떨쳐낼 수 있도록, 그래서 다른 죽음과 똑같이 제대로 애도의 기간을 갖게 만들어서입니다. 그리고 개인을 넘어서 사회 전체가 비극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사회적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없이 들어주는 것 하나만으로도 소중한 생명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귀를 활짝 열어볼까요? 반대라면 속 시원하게 좀 털어내 보는 하루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만들어 놓고 보니 꼭 상담센터 홍보 포스터 같네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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