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90화

[금] 뛰어야 하는 순간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아침부터 질문 하나 드려볼게요. 혹시 여러분은 어떤 때 뛰실까요?


제가 예뻐하는 작가 중엔 저의 습관을 고스란히 닮은 작가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작가가 뛰어다니는 걸 볼 때면 어쩐지 미안해집니다. 이래서 사수를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참 중요하지요. 저는 녹화 준비를 할 때면 급한 일이 없는데도 그냥 걸어가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서 대부분 뛰거든요. 그래서 지적도 많이 당했습니다. 연차가 낮을 때야 그래도 되지만 이젠 제가 그렇게 뛰면 주변에서 불안해한다고요.


저보다 더 잘 뛰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만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뛰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이요! 건널목에 파란불이 깜빡거리는데, 뛰십니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데, 뛰십니다.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고요. 문이 닫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그래도 뛰십니다. 이렇게 보니 그게 뭐든 그냥 지나가는 걸 못 보시나 봅니다. 보는 사람이 다 조마조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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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모습이 너무도 걱정되는 이유는 어르신들이 다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서두름 때문이거든요. 서두르다 보면 넘어질 때가 많으니까요. 우리 민족이 빨리빨리 민족이긴 하지만, 어르신들의 어디서든 뛰는 버릇도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우리는 어쩌다 빨리빨리, 어디서든 뛰는 민족이 되었을까요?


챗 GPT가 네 가지 정도의 이유를 꼽아주세요. 여러분도 동의하시는 지 한 번 들어보세요. 첫 번째는 전쟁과 침략이 반복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어서 늘 외세의 위협을 받아야만 했던 역사적 긴박함. 두 번째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하루라도 빨리 재건해야 했던 압축 성장의 기억. 세 번째는 윗사람의 명령에 즉시 응답하는 유교적 질서 그리고 타인의 기대에 빨리 반응하고 흐름을 맞춰야 한다는 집단 중심 문화의 사회적 순응 구조. 마지막은 속도 자체가 편의의 기준이 되어버린 기술 발전의 가속도 랍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빨라질 수밖에 없는 민족이었네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압박감에서 벗어나 조금 천천히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여유가 가져오는 장점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우리 모두 그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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