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네 한의원
82세를 맞은 할아버지는 안 그래도 마른 분이 올해 더 바짝 마르셨다. 입맛이 없고 배도 안고파서 통 먹질 못하신다고 하신다. 몇 해째 계절에 몇 번 한의원에 오시는데 올해는 유난히 더 마르셨다.
한의원에 들어오셔서 눈이 마주치자 손목을 쓱 내미신다. 오늘 당신의 상태를 한번 봐달라는 제스처다. 다른 환자 같으면 아마도 좀 있다 보자면서 미루었겠지만, 쑥 들어간 할아버지의 눈을 보면 차마 그럴 수가 없다. 늘 비슷하게 모든 기능들이 쇠잔해져 가는 흐름이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맥에 활력이 있다.
"오~ 오늘 같으면 금세 좋아지시겠어요!"
"ㅎㅎ 내가 오늘은 밥이 좀 맛있더라고."
치료를 할 때마다 입맛이 없어도 때가 되면 조금씩이라도 꼭 드시라고,
불도 장작이 있어야 계속 땔 수 있는 거라고 말씀드린다.
"응~ 그래야지 "
하지만 조금씩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할아버지도 안다.
그래도 웃고 웃게 해 드리려고 서로 애쓴다.
아직 빛나는 눈을 보면서, 할아버지 인생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 찾아왔을 것이고, 찬란하지 않은 삶이란 없단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은 주어진 시간의 끝이 어렴풋이 보일 때 나는 어떤 모습 일까로 이어진다.
불꽃 같았던 삶도 사그라질 때가 찾아온다.
산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