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손톱

만두네 한의원

by 김형찬
손톱.png


" 손톱을 바짝 자르고, 현악기를 배우지 말것, 의사의 몸은 최고의 진단도구이자 치료도구다."


스승께서 늘 강조하시던 말씀이다.


실제로 손톱이 길면 혈자리를 찾을 때 방해가 되고, 손끝이 무뎌지면 맥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그래서, 만두는 없는 재능에도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거문고는 은퇴 후로 미뤄 두었다.


맥에 관한 의서를 보면 콩 한개 무게로 누르라던가 콩 3개 무게로 누르라는 말이 나온다.

만두도 한 때는 그 무게를 구분하고자 부단히 애를 썼던 적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두개천골요법에 관한 책에서는 책장 사이에 머리카락을 끼워두고,

책장을 덮고 그 머리카락을 손끝의 감각으로 찾아내는 훈련법을 소개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환자와 접촉하는 순간 손끝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는 의사에게 무척 소중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과학이란 신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접촉을 점점 없애가고 있다.

그 사이는 다양한 진단기기와 검사결과들로 채워지고, 그것만이 신뢰할만한 무엇이 된다.

이런 추세라면 의사란 직업은 빠른 미래에 AI와 로봇이 대신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의사의 인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가슴 설레는 메디컬 드라마도 더 이상 못보게 되겠지.


문명이 발달할수록 어쩌면 의사 자체의 능력은 퇴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전 01화21화. AT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