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할머니와 빨래판

만두네 한의원

by 김형찬
빨래판.png

오실 때 마다 아침에 혈압약 드셨는지 확인하는 할머니가 계신다.

물을 때 마다 "먹었지~" 혹은 "또 깜빡했네." 하시며 순하게 웃으신다.


추석 며칠 전 날, 치료를 받고 빨래판을 한의원에 두고 가셨다.

연휴 시작전에 전화를 드렸더니 집도 휴대폰도 받질 않으신다.

걱정이 되었지만, 명절 앞두고 바쁘신가 보다 했다.


추석이 지나고 다시 오신 할머니.

베드에 누우시면서 한숨을 푹 쉬시더니 "그 양반 갔네." 하신다.

돌봄을 받아야 할 몸으로 할아버지 병간호를 오랫동안 해 오신 할머니는

그 말을 하시고는 치료 받는 내내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빨래판을 들고 가시며 다음주 월요일에 오시겠다던 할머니는

수요일이 되어도 연락이 없고 전화도 받질 않으신다.

별 일 없으시겠지 하면서도 마음이 한 켠이 무겁다.


정상명 선생님의 책 <꽃짐>의 첫 페이지에는,

"삶의 밑그림은 슬픔입니다. 그 위에서 춤도 추고 꽃도 심지요." 라는 문장이 있다.


사는 일은 때론 정말 그런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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