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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Sep 09. 2024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자.

건강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일을 할 때 지나칠 정도로 잘 하려고 하진 않는지요?”     


“조금 그런 경향이 있어요. 남들은 유난스럽다고도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 마음이 불편해서 뭐든 제가 정한 기준에 충족되어야 마음이 편해요.”     


“물론 완벽하게 하면 좋지요. 대충하면 안 되는 일도 있고요. 하지만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용량에는 한계가 있어요. 덜어내지 않고 쌓기만 하면 그 중압감을 마음과 몸이 버티지를 못해서 탈이 납니다. 치료는 우선 최선을 다해 버텨온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데 두겠지만, 삶을 다루는 방식에 조금은 변화가 필요해요.
 
적절한 기법들을 이용해 그 중압감을 덜어내는 연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양한 병이 생길 것이고, 그 증상들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나중에는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져요. 그러니 지금의 치료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병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찾다 보면 간단하게 이유가 밝혀질 때도 있지만, 몸의 통증과 불편함으로 나타났지만, 그 실상은 마음의 불편함인 경우가 참 많다. 사람의 몸과 감정과 정신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관점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실상 병을 치료할 때는 이 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당장 급한 증상이 사라지면 의사도 환자도 더 이상 병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병이 가볍고 일시적인 경우에는 불편함만 없애면 몸이 스스로 알아서 회복한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몸의 증상은 물 위에 떠 있는 빙산의 일부이고, 그 실상은 생각과 감정이란 바다에 가라 앉아 있는 경우에는 위에 드러난 것만을 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중압감’이다. 중압감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주변에서 성격도 좋고 일도 잘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하면서도 '참 괜찮은 분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중압감에 의한 주된 증상은 ‘두통, 어깨 뭉침, 복통,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 변비나 설사, 불면 그리고 만성적인 피로감’ 등이고, 여성의 경우에는 ‘생리통, 생리주기의 이상 혹은 자궁의 병증’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중압감은 삶의 무게에 내가 눌려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주변상황이나 자기 스스로 만들어낸 기준들로 인해 일상이 버거워진 것이다. 이 상황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처음에 힘이 있을 때는 잘 견디면서 올라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같은 배낭이지만 점점 무겁게 느껴진다. 어깨가 눌리며 아파 오고 등과 허리는 조금씩 구부정해진다. 숨도 차고 호흡도 가빠진다. 적당한 때 쉬면서 물도 마시고 배낭을 비워내면 문제가 없지만, 휴식과 재충전 없이 무리한 산행을 하면 결국 다치거나 조난을 당하게 된다.   

   

심리적 배낭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중압감에서 시작된 가벼운 증상들이 발단이 되어 더 중한 병이 생기기도 한다. 힘들어도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는 마음의 짐이기 때문에 내려놓는 것 자체가 어렵다. 세상에는 자신의 짐을 잘도 떠넘기거나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중압감 때문에 병이 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의사가 환자가 처한 환경을 바꿔줄 수도 없고, 마음의 습관을 뚝딱 고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불편함만을 잠깐 없애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럴 때는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상태를 알아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에 답이 있듯, 감정이나 생각의 패턴이 어떤 식으로 몸의 증상을 만들어 내는지를 알면, 해결책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 작업을 의사와 함께 해나가면서 과도한 중압감을 견디면서 생긴 몸의 긴장반응을 풀어주고, 정체되고 막힌 통로를 열어주면서 그 동안 소모된 부분을 보충해 준다.     

우리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고 기다리면, 마치 시들었던 잎이 피어나듯, 점차 눌리고 지쳤던 몸과 마음이 조금씩 펴지고 활력을 회복한다. 물론 이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삶이 그렇듯 치료도 멀리 보면 나아가지만, 잠깐을 두고 보면 기복이 있고 비틀비틀하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어떻게 보일지라도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산다. 그런데 때론 그 속에서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잘 하는 것은 좋지만 왜 잘해야 하는지를 잊지 않는 것은 더 중요하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거나, 어떤 일을 잘 하려고 사는게 아니라, 행복을 위해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의건강을생각하는생활한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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