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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숨을 쉬어야 하는 진짜 이유

건강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by 김형찬

“에고~ 힘들어 죽겠다. 겨우 집에서 한의원 오는데, 이렇게 힘들어서 어떻게 살지 모르겠네.”


대기실 의자에 털썩 앉으신 명할머니가 연신 힘들다고 말씀하신다. 숨이 차서 힘들다는 할머니에게 조금 따뜻한 보리차를 한 잔 드리고, 입으로 숨을 쉬지 마시고 조금 힘들더라도 코로 숨을 힘차게 쉬시라고 말씀드렸다.

숨이 차 죽겠는데 코로 숨을 쉬라고 한다며 불평을 하시면서도, 또 말을 잘 따르시더니, 조금 있다가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 이상하게, 숨이 금방 덜 차네~”


“평소에도 숨은 코로 쉬셔야 해요~ 입은 밥 먹으라고 있고, 코는 숨쉬라고 만들어졌거든요.”


많은 사람이 숨을 쉬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고 조금은 가볍게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해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뭘 할까? 좋은 약을 먹을까? 좋은 건강기능식품을 먹을까? 아니면 몸에 좋다 음식을 먹을까?


인간이 태어나면서 맨 처음 먹는 것은 산소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맨 처음 하는 일은 첫 숨을 들이쉬면서 폐를 부풀리고, 울음을 터뜨리며 숨을 내뱉고 호흡을 시작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도 마찬가지다. 혈관에 링거를 꽂고, 목에 관을 삽입해서 인위적으로 영양을 보충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똑같다. 숨을 내쉬는 일이다. 호흡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생은 숨을 들이쉬면서 시작하고, 내쉬면서 끝나는 일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한순간도 숨을 멈추지 않는다. 호흡을 통해서 들어온 산소를 이용해서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물건을 살 수 없는 것처럼 산소가 없으면 에너지를 찍어내지 못하고, 우리 몸의 장기들은 작동하지 않게 된다. 몇 분만 숨을 쉬지 못해도 우리가 죽는 이유다.


하지만 물고기가 물을 모르듯, 우리는 너무나 호흡에 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가볍게 생각한다. 그리고 건강하려면 뭔가 막 좋은 걸 먹고, 어떤 운동을 하고, 이런 식의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공기 구멍이 막힌 난로에 장작만 집어 넣는 것과 같다. 아무리 좋은 장작을 넣어도 방안은 따뜻해지지 않고 그을음만 날 뿐이다.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숨은 코로 쉬어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진화와 호흡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뇌는 커졌고 호흡 기능은 약화됐다.”


“산업화가 진행 되면서 인간의 호흡은 약해졌다.”


왜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걸까?


아이가 태어나면 모유만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젖병에 담기 분유를 젖꼭지를 통해 먹는다. 다음으로 먹게 되는 이유식은 매우 부드럽고, 좀 커서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많이 먹는 가공식품과 초가공식품은 거의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것들이 많다. 자연에서 키워진 음식물이 산업화란 가공을 거치면서 영양은 결핍되고 칼로리는 높아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공을 거치면서 굉장히 부드럽고 먹기 편하고 별로 씹을 필요가 없는 그런 음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부드러운 음식들을 많이 먹게 되면 어떻게 될까? 별로 씹을 필요가 없는 부드러운 것들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이와 턱을 쓸 필요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치아들이 있는 턱뼈 부분인 치조궁과 코 뒤에 자리 잡은 공기가 지나는 공간인 부비동이 작아진다. 요즘 아이들이 키와 체격에 비해 얼굴인 작고, 치아교정을 많이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구조적으로 공기가 통과하는 길이 좁아져서, 호흡을 잘 할 수 없는 더 나아가 숨이 막히게 된다. 당연히 코로 숨을 충분히 쉬지 못하게 되니, 입으로 숨을 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최근 들어 비염이나 축농증과 같은 호흡기질환을 앓는 아동청소년이 늘어나는 데는 이런 변화도 분명하게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오염된 공기와 가공식품을 먹으면서 약해진 면역기능도 일조를 할 것이다.


작아진 얼굴과 치아교정 그리고 숨 막히는 삶이 현대 산업화 사회가 가져온 아이들의 모습이다.


음~ 그런데, 이게 뭐가 문제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공기가 코로 들어가나, 입으로 들어가나 뭐 마찬가지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것이었으면 코와 입을 따로 만들고 구분하는 형태의 진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숨을 쉴 때 코와 부비동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 정도라고 한다.


첫 번째는 외부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도 뜨거운 여름에도 일정한 온도와 습도의 공기가 폐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든다.


두 번째는 면역기능이다. 코는 외부의 것들을 거르기 위한 면역시스템을 발달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점액으로 덮인 점막과 섬모다. 점막과 섬모는 외부의 세균이나 먼지과 같은 이물질을 1차적으로 막고 제거하는 정밀과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전통적인 이 두가지 기능과 함께 최근 학자들은 부비동이 뇌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주는 일종의 냉각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두개골 안에서 뇌를 감싸고 있는 뇌척수액이 완충역할을 하면서 일종의 수랭식 냉각기이라면, 공기가 통과하는 부비동은 공랭식 냉각기인 셈이다.


말하지면 코로 숨을 쉬어야 폐는 충격을 받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온도와 습도의 공기를 산소를 공급받고, 외부의 이물질과 세균을 방어하는 면역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며, 뇌의 과열을 방지할 수도 있다.


어쩌면 현대인이 감정적 스트레스에 격하게 반응하고,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로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이 영향을 준다고 생각된다. 숨을 편하게 못 쉬어서 생기는 답답함, 한의학적으로 치면 울증이 증가하는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여기서 조금 더 생각을 전개해 본다. 현대인은 많은 정보와 자극들로 뇌는 과부하에 빠지기 쉽다. 뇌가 열을 받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좁아진 부비동 때문에 이 때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식히지 못하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점점 급해지고 울분에 차고 이런 현상들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코로 숨을 쉬어야 하는 숨겨진 이유를 알아보자.


연구에 따르면 코로 숨을 쉴 때 일산화질소(NO)가 입으로 숨을 쉴 때보다 한 6배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또한 산소를 들이마시는 양도 코로 쉴 때가 18% 정도 많다고 한다.


갑자기 일산화질소? 이건 뭐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산화질소는 혈관을 넓혀주는 일종의 생리 물질이다. 생화학 수업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일산화질소는 비아그라로 인해 널리 알려졌다.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발기부전의 치료약으로 쓰이는 비아그라가 바로 일산화질소와 관련되어 있다. 혈관이 확장되어야 혈액이 차면서 발기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앗! 그러면 코로 숨을 쉬는 것도 도움이 될까? 당연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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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질소는 혈관의 내측 벽면과 신경세포 그리고 외부의 항원을 감지한 대식세포와 같은 곳에서 만들어 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숨을 쉴 때 공기가 들어가는 부비동에서도 일산화질소가 생성된다. 코로 숨을 쉴 때 더 많은 일산화질소가 만들어져서 우리 혈액 속에 공급이 되는 것이다.


그럼 왜 이것이 그렇게 중요할까?


연구에 따르면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할 때 일산화질소도 함께 올라탄다. 그리고 산소가 부족한 조직에 도착하면 일산화질소가 그곳으로 가는 혈관을 확장시켜, 적혈구와 산소의 공급이 잘 되게 돕는다. 이 뿐만 아니라 일산화질소는 헤모글로빈에서 산소가 잘 떨어져 나오게 하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일산화질소가 부족하면 적혈구가 산소를 태우고 가도 필요한 곳에 공급을 충분히 할 수 없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구급차가 있어도 길이 막혀서 환자를 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산소가 부족한 세포는 어떻게 될까? 아무리 좋은 장작이 있어도 공기가 없으면 불을 피울수 없는 것처럼, 세포의 에너지 생산은 잘 아루어지지 않게 된다.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우리 몸의 모든 생리활성 기능은 저하된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면역기능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것을 먹어도,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게 된다. 그리고 산소가 있어도 일산화질소가 부족하면 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우리 몸의 기능은 인드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입으로 숨을 쉬어서 생기는 충치와 입냄새 그리고 구강과 인후부가 건조해져서 생기는 이런 저런 문제들 보다도, 코로 숨을 쉬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건강을 유지하고 어떤 중병이나 만성질환에서 빨리 헤어나오고 싶다면 일차적으로는 숨을 잘 쉬어야 하고, 그다음으로는 코로 숨을 쉬어야 한다.


현대인의 건강에 호흡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먼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공기가 나빠졌다. 공기도 나빠졌는데 입으로 숨을 쉰다? 그럼 최악일 것이다. 코로 숨을 쉰다 해도 초미세먼지 같은 건 아직 우리 몸이 걸러내지 못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현대인은 만성적인 긴장과 운동 부족으로 인해서 호흡 능력 자체가 떨어졌다. 여기에 노화까지 더해지게 되면 호흡 시스템의 약화는 정말 빠르게 이루어진다.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퇴행성 질환, 만성질환 그리고 암과 치매의 발생이 증가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호흡능력의 약화라고 생각한다.


그럼 구조적으로 호흡의 통로가 좁아져서 코로 숨쉬기가 힘들고, 호흡능력이 약화된 현대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이야기한 좋은 호흡을 위한 3단계 훈련과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또 한가지 재밌는 팁이 있는데, 바로 “뮤잉”이란 방법이다.


이 방법은 영국의 치과의사인 마이클 뮤가 제창한 것으로, 숨을 쉴 때 혀를 최대한 입천장에 대고 호흡을 하게 되면, 공기가 들어가는 공간이 확장돼서, 코로 숨이 더 잘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혀를 입천장, 이 뿌리 있는 부분에 살짝 대는 것은 동양의 전통적인 수행방식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도교의 수행방식에서는 이것을 상작교, 즉 위에 만들어진 다리라고 칭한다. 옛 사람들이 코로 호흡을 하는 것들이 일산화질소를 더 많이 생성시키고 산소도 더 많이 들어온다는 것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숨은 코로 쉬어야 하고, 코로 숨을 잘 쉬기 위해서는 입천장에 혀를 대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찰에 갔을 때 부처님의 염화미소, 우리가 사랑하는 반가사유상도 마찬가지다. 입을 다물고 살짝 미소 짓는 표정을 지을 때, 입 안에서는 혀끝을 입천장에 살짝 대는 상작교가 만들어 진다. 이 방식은 충분한 호흡을 가능하게 하는 것 외에도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뮤잉이라는 것을 한번 찾아보고, 유의할 점을 잘 알아서 실천하면 좋을 것이다.


환자들에게도 강조하지만, 호흡은 아주 아주 정말 정말 건강에 중요하다. 특히 내가 중한 병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무엇을 먹을까, 어떤 약을 복용할까 보다, 내 호흡의 문제는 뭇엇이고 어떻게 하면 숨을 잘 쉴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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