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독립출판을 시도했다. 처음에 기획서를 개인 소장용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너무 쉽게 마음먹은 탓인지 정말 쉽게 만들었다. 표지도 후다닥, 정말 내 안의 검열자의 눈과 입을 틀어막고 순식간에 가제본까지 만들었다.
매주 월요일 3시간, 독립출판에 관한 수업도 듣고 인디자인 실습도 하며 10회기 수업을 들었다. 그 10회기 안에 가제본까지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책에 담고 싶은 글들을 복사해서 붙이고 다듬었다. 그리고 정말 목표한 대로 10주 차 수업을 하는 마지막 날 가제본을 들고 갔다.
그런데 '책'이라는 형태를 갖추고 나자 마음이 달라졌다. 그래도 제대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표지에 적힌 제목의 폰트 크기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안의 검열자가 눈을 뜨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글도 다시 읽어 보니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다. 카페에 올렸던 글들을 다듬는다고 했지만 10주 차 내에 가제본을 만든다는 목표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그 10주의 시간 동안에도 꾸준히 글을 붙들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이 담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브런치와 카페에서 '연꽃바람'이라는 정체성으로 쓴 글들을 모았는데 정말 그것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2022년, 처음으로 브런치를 시작하며 '연꽃바람'이라는 나의 새로운 정체가 탄생했다. 연꽃바람은 분명 나다. 하지만 나의 전부는 아니다. 수많은 나 가운데 글을 쓰는 나이고, 브런치와 카페의 성격에 맞는 글을 쓰는 자아이다.
다정하고 따스하고 단정한 글을 쓰는 연꽃바람도 나이지만 괴팍하고, 공격적이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외골수 같은 면을 가진 나도 분명 내 안에 있다.
그런데 첫 번째 독립출판에 이어 두 번째 독립출판에서도 여전히 다정하고 따스하고 단정한 연꽃바람만 있는 것 같아서, 계속 제자리에서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글을 다듬으며 왜 이 책이 소장용이 될 수밖에 없는지, 왜 그렇게 기획서를 냈는지 알 것 같다. 연꽃바람이 아닌 다른 나의 자아가 말린 것 같다.
글을 다듬으며, 다시 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이 글은 거짓은 아니지만 진짜 쓰고 싶은 나의 온전한 마음이 담긴 글도 아니다.
글을 쓰는 '용기'라는 말을 참 많이 했었고, 참 많이 읽었지만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그동안 비겁하게 단정한 연꽃바람의 뒤에 숨었던 다른 '나'들도 앞으로 나오게 할 용기가 필요하다.
쓰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진짜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겉으로 보기에 다소 아름답지 않아 보이더라도 '진실'의 아름다움을 꺼낼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