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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바람 Feb 14. 2022

Quote_쓰여진 것을 다시 쓰다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김하나, 세개의 소원(2021)

23쪽 <Misty>  Erroll Garner

https://youtu.be/0AqQvq5lY2c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떠오른 멜로디.

천상으로부터 바로 전해받은 것처럼 완전한 형태로 떠오른 그 멜로디.

악보를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던 에롤 가너는 그 멜로디가 사라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흥얼거렸다. 

뉴욕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마자 그걸 연주했다.

재즈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로 꼽히곤 하는..... 'Misty'


30쪽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는 성실함이 아니라 주어진 일과 때로는 주어지지 않은 일까지도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 성실함이어야 합니다. 


35쪽

스물네 살에 '불완전성의 정리'를 발표해서 세계적 천재로 알려진 쿠르드 괴델은 말년에 굶어 죽었습니다. 편집증이 심해져서 누군가 독을 넣었을 거란 망상에 음식을 모두 거부했지요. 그가 의자에 앉은 채로 죽었을 땐 체중이 30킬로그램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36쪽

'기벽'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글렌 굴드는 한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장갑을 끼고, 연주를 할 때마다 고무다리로 된 낮은 의자를 갖고 다니고, 그 수많은 알약통에, 연주 도중 하는 그 유명한 허밍에.....


그런 기벽과 가십 뒤로 굴드가 얼마나 논리적이고 유창한 말로 쇼팽과 바흐에 대해 자기 생각을 얘기하곤 했는지는 가려져버려요. 

https://youtu.be/aEkXet4 WX_c



75쪽

Rudolf  Flesch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했대요. 

"창의적 사라고란 항상 해오던 방식대로 행하는 것이 특별한 미덕으로 아니라는 단순한 깨달음을 의미한다."


98쪽

바르셀로나의 언어인 카탈루냐어로 BAR는 술집, CEL은 하늘, ONA는 파도를 뜻한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이 세 가지가 많기로 유명하대요.


https://blogview.hyundaicardcapital.com/371



107쪽

그때 '신념'과 '아이디어'라는 단어의 낙차를 통해 깨달았어요. 제가 단어에 묶여 있다는 걸. 


108쪽

철학책 나오는 관념이라는 심오한 단어도 영어로 아이디어라고 번역된다는 걸 알았을 땐 배신감마저 느껴졌어요. 한자어의 숭고함과 영어의 친숙함 사이의 낙차에서 혼란스럽던 저는 문득 머릿속의 벽들이 도미노처럼 차례로 무너지는 걸 느꼈어요. 평생을 벽과 과격하게 싸워온 액티비스트 Angela Davis가 이런 말을 했다죠.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정말 그 벽돌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다리가 되어 주었고 저의 생각, 그러니까 아이디어는 먼 곳까지 한참을 나아갔어요. 도대체가 끝이 안 보였죠.


We belong the world which consist of words. I can choose words I use, It means I can choose world I belong.   


116쪽

"내가 남들보다 멀리 보았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


120쪽

<브이 포 벤데타>에서 가면을 쓴 브이가 죽기 전에 내뱉는 대사는 "아이디어는 총알에 죽지 않는다! Ideas are bulletproof!"였어요. 우리를 억압하는 세계는 결국 우리 인간들의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것이고, 우리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점화되면 더 나은 세상을 키워낼 수 있을 거라고. 

https://youtu.be/D0Gy_XYp_FQ



155쪽

단단하고 높아진 벽이 바로 '고정관념'이에요 영어로는 fixed idea.

한자어로 된 네 글자 단어는 고사성어 같아서인지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들어요. 픽스드 아이디어라는 말은 고정된 부분만 풀어주면 다시 스르륵 이리저리 움직일 것 같지 않아요? 반면에 고정관념이라는 말은 풀숲을 짓누르는 육중한 바윗돌처럼 느껴져서 그걸 깨부수려면 나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고요.


158쪽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높이 뛰기 세계 신기록 수립

Dick Fosbury. 처음으로 '거꾸로 뛴' 선수.

Fosbury Flop의 시작.

https://youtu.be/Id4W6VA0uLc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

Thomas Burke. 크라우치 스타트의 시작.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배영 100미터

Adolph Kiefer. 텀블 턴(플립 턴)의 시작.



164-174쪽


1974년 Rumble in the jungle.

무함마드 알리 VS  조지 포먼.

무함마드 알리가 40승 무패이자 생애 처음으로 알리를 이겼던 조 프레이저를 완전히 묵사발로 만든 조지 포먼을 상대로 승리한 경기. 

Rope-a-dope 전략과 도발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실행하며, 착실히 기다려온 알리.

링에 깊이 기대서 조지 포먼의 펀치를 받아내고, 클린치를 할 때 체중을 싣고, 귓전에는 더 쳐보라고 떠들면서, 기회가 생기면 얼굴에만 펀치를 먹였어요. 8회전 동안 분노의 주먹을 휘둘러온 조지 포먼은 이제 척 보기에도 많이 지친 게 역력했죠.

도대체, 복싱을 '때려서 이기는'경기가 아니라 '맞아서 이기는' 경기로 바꿔버린 이 사고의 유연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https://youtu.be/yE-SP-ybaCE

무함마드 알리가 얼마나 세상을 크게 볼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는, 그의 인권운동과 베트남전에 대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죠.     

“베트남 사람들은 나를 검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왜 내가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들어야 하는가. 나는 차라리 흑인을 억압하는 세상과 싸우겠다.”          



170쪽

힘센 자에게 대항하는 힘 약한 자에게 주어진 무릿매 같은 무기가 바로 아이디어예요. 제겐 다윗의 무릿매가 다름 아닌 아이디어의 상징이에요. 


180-186쪽

200년간 지속돼온 영국의 지배로부터 인도를 해방시키기 위해 마하트마 간디가 집어 든 무릿매는 비폭력주의와 불복종이었죠. 마하트마라는 별명은 '위대한 영혼'이란 뜻이래요. 

간디는 영국 유학파이고 오랫동안 '영국 없는 인도는 있을 수 없다'라고 믿은 사람이었죠. 하지만 간디는 변호사로서 인도인에 대한 차별 대우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점점 영국의 참모습을 알게 됐어요. 

영국인 학교 다니지 않기, 영국인 법정에서 진술하지 않기, 영국인 회사에서 일하지 않기, 영국에 세금 내지 않기, 영국에서 만든 옷 입지 않기 등 다양한 비폭력과 불복종의 아이디어를 실천합니다. 이때 물레 아이디어가 등장하죠. 


영국은 인도에서 소금을 생산, 판매하는 걸 금지시키고 영국이 세금을 과하게 매긴 소금만 사게 했어요. 그러자 예순 살의 간디는 사람들과 함께 행진을 시작했죠. 그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 오늘 우리는 소금법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내일 우리는 다른 법들을 휴지통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비협조를 실행에 옮기면 결국 행정은 마비될 겁니다. 정부더러 우리에게 규칙을 적용하고, 우리에게 총을 쏘고, 우리를 감옥에 보내고, 우리를 교수형에 처하라고 하십시오. 영국인들이 3억 명을 교수형에 처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계산해보십시오!"

24일간이나 걸어 그들이 마침내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 거기서 간디는 몸을 굽혀 소금을 건져 올렸어요. 


사람들은 간디의 고결한 정신만을 기억하죠. 저는 고결하게 태어나는 인간은 없다고 생각해요. 고결함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이 있을 뿐.



196쪽

'재발견'이란 얼마나 가슴 뛰는 말입니까. 남들이 떠받드는 것의 옆에, 그 벽 아래 그늘진 곳에 놓여 있던 무언가를 집어 들어 먼지를 떨어내고 반짝임을 발견하는 것. 


197쪽

꼭 많은 곳을 여행하고 색다른 것을 경험해야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은 아니에요. 눈을 제대로 뜰 수만 있다면. 미국의 시인 Emily Dickinson은 자신이 태어난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209쪽

사랑을 따라가야 해요.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힘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에게 자신을 열게 되니까요. '나'라는 경계의 벽을 허물고, 바깥으로 나를 내어주고 무언가를 들여 앉히는 거예요. 


211쪽

아, 당신이 내가 아니라서 참 좋습니다. 우린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220쪽

창의력에 가장 안 좋은 태도는 냉소예요. 냉소적인 사람이 한둘만 있어도 아이디어의 씨앗을 주고받는 통행로는 얼어붙고 말아요. 분위기는 생각보다 정말 중요해요. 새로 태어나는 아이디어들은 예민하고 연약해요. 그들을 거칠게 다루어서는 안 되죠. 아이디어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해요. 


274쪽

카미유 클로델은 눈부신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성이었기 때문에 프랑스 국립 미술학교에 들어갈 수 없었죠. 열아홉 살에 조각가 로댕의 아틀리에에 제자로 들어간 카미유는 마흔세 살 중년의 로댕과 연인 사이게 됩니다. 나중에 로댕과 결별한 그녀는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려 했지만, 미술계를 장악하고 있던 로댕의 사람들이 그것을 방해했어요. 점점 피폐해지며 은둔하게 된 카미유는 정신병원에 보내졌고, 30년 동안이나 거기에 갇혀 있다가 죽어죠.


275쪽

피카소는 여러 여생을 뮤즈로 삼았다가 내팽개치고 , 다른 뮤즈로 옮겨가곤 하면서 여성들을 정신적으로 학대했어요. 40대 중반의 결혼한 몸으로 17세인 마리 테레즈 발테르를 쫓아다녀 내연녀로 만든 걸 생각하면 정말 징그럽죠.


275쪽

간디 부부가 감옥에 갇혔을 때 아내인 카스투르바가 폐렴에 걸렸어요. 페니실린을 투약하면 살 수 있었는데 간디는 서양의 약은 부도덕한 것이라며 아내에게 투약하는 것을  자기 멋대로 반대했죠. 카스투르바가 의식을 되찾을 때마다 그는 페니실린을 쓰며 그들 모두의 신념이 무너질 거라고 말했고, 결국 그녀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말 고약한 것은 그 알마 뒤 간디 자신이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는 서양 약을 기꺼이 받아들여서 목숨을 구했다는 점이에요. 


288쪽

여성이 마라톤을 한다고 해서 남성이 마라톤을 할 권리에 침해된 게 아니듯, 장애인이 이동을 더 한다고 해서 비장애인의 이동이 감소된 게 아니듯, 개의 고통이 줄어든다고 해서 인간의 고통이 늘어난 게 아니듯, 동성 커플이 사랑한다고 해서 이성 커플의 사랑이 침해되는 게 아니듯, 세상을 이런 새로운 씨앗들로 인해 더 풍성해지는 거예요. 다양성은 모든 종과 사회의 건강에 핵심적 요소예요. 


292쪽

아이디어는 무엇을 더 갖추고 나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지금 가진 것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 바로 이 순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가 없어서 안돼"라는 말에 어깨를 으쓱하고는 '글쎄, 그러까?'라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니까요. '이게 해결되지 않는 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에서 '그럼 이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로 한 걸음 내딛는 거예요. 그것은 '지금은 어쩔 수 없다'에 동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면 좀 낫지'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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