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꽃 바람 Jan 07. 2024

회사에 왔으니 사회 생활합시다

복직을 했다. 잊고 있었던 회사의 감각이 되살아난다. 일이 아닌 사람에 대한 감각인데, 이게 또 일에 대한 감각이기도 하다.


# 허심탄회


이 말은 회사가 아닌 곳에서 가능하다. 회사는 마음을 비워서도 안되고 거리낌 없이 솔직해서도 안 되는 곳이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는 '책임'이 뒤따르고, 솔직한 말은 달리 말하면 '공격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진심은 퇴근하고 집에 가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허심탄회할 수 있는 사람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거나, 사회생활이 익숙하지 않아서 무엇이 진짜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신규 직원 밖에 없다. 지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허심탄회'를 회의실이나 회식 자리에 흩뿌리고는 속 시원하게 집에 가겠지만, 허심탄회가 탄환이 되어 박힌 사람들은 '일'을 할 때마다 불편하다.


회사는 일을 하러 온 곳이다. 허심탄회가 일에 방해가 된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반복적인 허심탄회, 무한 도돌이표는 최악이다. 지금 내가 속한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처음에는 꼰대, MZ, 그런 류의 갈등이라고 생각했다. 휴직 기간 동안 들었던 그런 류의 결론은 "달라도 너무 달라."인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직장인은 회사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하려는 것이 이 갈등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과 자신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 그 일을 회사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일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자존감과 연결 짓는다.


일에 대한 건강한 비판도 쉽사리 인신공격으로 변질된다. 처음에는 건강한 비판으로 시작된 일도 점점 자기 방어로 치닫는다.


몇 번 그런 경험을 겪으며, 그가 하는 모든 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서 어떤 말을 해도 '공격 신호'로 받아들인다.


조곤조곤 비판하기, 꼬투리 잡기, 과거 소환하기, 지위를 이용해 보기, 일격의 허심탄회.


모든 회의 때마다 반복된다. 회의적인 회의는 모두에게 "학습된 무기력" "이유 없는 반항"을 불러일으키고 시도 때도 없는 노골적인 뒷담화로 이어졌다, 누구를 뒷담화는지 뻔한 대결 구도를 만들고, 중립적인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넌 누구 편?"이라는 질문의 눈빛이 간절하게 쏟아진다.


대체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여기는 회사인데 회사에서 자꾸 '자기'를 찾고 있다. 일에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고, 불행하다고 한다. 불행을 자초하는 건 아닐까?



#언행불일치


놀랍게도 내가 다니는 회사의 슬로건은 "두근거림" "함께" "공동체"이다.


망할 놈의 "그런데"와 "의도"가 문제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

"저에게는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


이 두 문장이 등장할 때마다 회사의 슬로건인 "두근거림"이 찾아온다. 오늘도 회의가 일찍 끝나긴 글렀다. 우리는 다시 무한 굴레에 빠질 것이다. 애써 정상까지 밀어 올린 돌덩이가 다시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원점에서 다시 무한 반복의 회의가 시작된다.


감사하다는 말에 감사함은 없다.

의도가 없다고 했지만 의도가 다분하다.


회의 때마다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리액션 캠을 설치해서 보여주고 싶다. 회의에 참여하는 얼굴들을 말이다. 물론 내 얼굴도 보고 싶다. 나도 모르는 나의 표정들이 분명 말보다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회사에 왔으니 사회생활 합시다.


오랜만에 돌아간 회사에서 내가 바라는 것은 모두들 이곳이 회사임을 깨달았으면 하는 것이다.


나의 생활을 뒷받침해 주는 소중한 일자리.

퇴근 후 각자의 생활을 하게 될 동료들의 일터.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

분명히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이 이루어지는 장소.

함께 하고 있고, 함께 해야만 되는 일을 하는 곳.

 

작가의 이전글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