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by 연꽃 바람


농구장 바닥을 새로 바꾼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다시 파란색이 벗겨지고 속살이 드러났다. 슛을 하려고 발돋움을 하던 자리,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 몸싸움을 하던 자리, 끼긱 끼긱 운동화의 깔창이 소리를 내던 자리일 것이다. 재빠른 발놀림과 힘찬 도약이 있던 곳에 '여기가 슈팅 포인트야'라고 특별한 표시를 해둔 것 같다.

누군가의 업적을 이야기할 때, 뒤따르는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는 일련의 과정을 말할 때 '00의 발자취'라고 한다. 밤낮으로 무더위에도 한파에도 굴하지 않고 부지런히 공을 튕기고 뛰어다녔을 사람들의 발자취다.


발자취란 말이 멋지다. 사람과 움직임은 온데 없고 그 시간을 간직한 '자취'이란 것이 겸허하게 느껴진다. 이름을 남기거나 동상을 세우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취'만 남기는 것, 발이 다녀갔다는 최소한의 표시만 해두는 것. 다녀가기 전과 같은 상태이나 그저 어쩔 수 없이 생긴 자국만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 가뿐하고 겸손하게 느껴진다.


집에서 머리로만 여기를 다녀오고, 저기를 다녀오리라 생각만 하다가 하루가 저물어버리는 나 같은 사람을 향한 일침 같다. 그저 하는 일이라고는 휴대폰을 붙들고 있거나 집안을 오가며 사고, 뜯고, 버리고, 먹고, 담고, 쓰고, 버리고를 반복하며 '발자취'라는 것을 도통 남길 일이 없는 나를 향한 스매싱 같다.


이제 밖으로 나가 땅 위에 발자국을 남길 시간이다. 나가지 말아야 할 이유와 나가야만 하는 이유를 저울질하느라 또 하루를 보낼 수는 없으니까.


너무 더워서 아스팔트도 녹을 수 있다고 하니... 잘하면 어딘가에 한 번의 발돋움으로 멋진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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