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for the music

선우정아 <도망가자>

by 연꽃 바람

어제 새벽에 선우정아를 만났다. 그 전에도 스치듯 여러 번 마주쳤지만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많은 아티스트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기억 속에서 가끔 소환되었다. 그렇게 그저 이름만 아는 사이였는데 어제 새벽에 그의 이야기가 온몸에 훅 끼쳤다. 말하는 그의 입모양 리듬을 타고 움직이는 몸짓, 그리고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까지 한 번에 들어왔다. 읊조리는 목소리가 내용의 빈약함이나 확신이 없음이 아니라 새벽을 함께 하는 나를 향한 배려처럼 느껴졌고 그의 메시지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청유하듯 느껴져서 자꾸 듣고 또 듣게 되었다. 사람들도 아마 이렇게 선우정아에 스며들었겠지.


https://youtu.be/Eu2L5v_jsDU


이 영상에 대한 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말을 본 적 있어요 '도망가자' 곡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렸을까라는 말, 언제 들어도 내 삶도 꽤나 괜찮다고 말해주는 노래, 고맙습니다" 노래를 들으며 공감했다. 혹시 이 노래가 가닿지 않은 쓸쓸한 청춘이 어딘가에서 웅크리고 있다면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라붐에서 소피 마르소에게 다가가 헤드폰을 씌어주는 장면처럼 다가가 "도망가자"를 온몸 안으로 넣어주고 싶다.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 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 꼭 붙잡고 있으니


"너라서 나는 충분해"

나를 봐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너의 맘이 편할 수 있는 곳

그게 어디든지 얘기해줘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같이 갈 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너라도'가 아니라 '너라서'라는 가사를 보고 마음이 울컥했다. 누군가에게 '너라서'로 불려 본 적이 있던가. 가사의 모든 말들이 부담스럽지 않고 다정하고 사려 깊어서 듣는 내내 내가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 하찮은 소모품처럼 느껴지고 존재가 작아지는 느낌이 들 때 어깨가 저절로 펴지고 고개를 들어 올리게 되는 노래이다.

Thank you for the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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