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의 완성은 '소원'이다.

지금, 라이브 단상

by 연꽃 바람

오랜만에 길을 걷는다. 어디로 가기 위한 수단이 되는 길이 아니라 그저 걷기 위한 그 자체가 목적인 길이다. 천천히 느릿느릿 그냥 걷는다. 걸을 만큼 걸으면 그곳이 어디든 발걸음을 돌려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오면 그뿐이다.


길 한쪽 구석에 돌들이 쌓여있다. 겨우내 떨어진 폭신폭신 낙엽들 위로 무너지지 않게 정성껏 쌓아 올린 돌탑들이 그 자체로 멋진 풍경이 되었다. 그 돌탑들 사이로 봄 햇살을 맞아 움튼 싹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누가 먼저인지, 어떤 과정과 노력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시간들은 모여서 멋진 장면이 되었다.




이 돌탑을 올렸던 손들은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을까? 비가 내리면 물이 흐르는 계곡 근처라 그런지 동글동글 물과 바람에 깎여 모난 곳이 무뎌져서 누군가의 소원도 거절하지 못할 것 같은 순둥이 같은 돌멩이들이다. 모나지 않은 넓고 편평한 아랫돌 위에 놓이고 다시 자신의 모나지 않은 몸의 일부를 윗돌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어 서로 다른 돌들이 쓰러지지 않고 긴 시간 탑을 이루었다. 그 절묘한 균형감각을 찾아낸 그 손들은 돌멩이 하나가 올라갈 때마다 탄성을 질렀겠지. 그리고 탑의 완성은 마지막 돌멩이가 아니라 "소원"이었을 것이다.


탑의 개수만큼 소원들이 보이지 않는 마지막 돌이 되어 탑의 꼭대기를 지키기 있을 것이다. 아마 몇몇 손들은 이미 그 소원을 잊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소원이 이루어져서 그럴 수도 있고 마음은 간절하지만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모르는 막연한 소원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소원을 잊을 만큼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꽉꽉 채우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돌탑이 소원을 들어주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쌓아 올린 돌탑들도 지금 그곳에 있을까? 그때 내가 빌었던 소원들이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소원을 잊게 하는 것으로 나의 돌탑들이 내 소원을 들어준 것이라 믿겠다. 그 믿음으로 다시 어디선가 좋은 장소와 순둥이 돌멩이들을 만나면 다시 돌탑을 쌓아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