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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바람 May 06. 2022

왜 이래 순진한 척

<나의 해방 일지 2화>

https://blog.naver.com/jdjd0815/222697162434
<나의 해방 일지 2화 33:05>

미정: 사람들은 말을 참 잘하는 거 같아.

현아: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말로 끼를 부리기 시작해. 말로 사람 시선 모으는 데 재미 붙이기 시작하면 막차 탄 거야. 내가 하는 말 중에 쓸 데 있는 말이 하나라도 있는 줄 알아. 없어 하나도. 그러니까 넌 절대 그 지점을 안 넘었으면 좋겠다. 정도를 걸을 자신이 없어서 샛길로 빠졌다는 느낌이야. 너무 멀리 샛길로 빠져서 이제 돌아갈 엄두도 안나. 나는 네가 말로 사람을 홀리겠다는 의지가 안 보여서 좋아. 그래서 네가 하는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다 귀해.

미정: 다시 태어나면 언니로 태어나고 싶어.

현아: 전생에 너처럼 살다가 다시 태어나면 막살아야겠다 하는 게 지금 나고 또 나처럼 살다가 아 이것도 아닌가 보다 다시 태어나면 단정하게 살아야겠다는 게 지금 너야. 너나 나나 수없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왔다 갔다 했어. 왜 이래 순진한 척.


왁자지껄 시끄러운 술집 구석에서 술에 취한 현아와 미정이 환상처럼 몽환적인 눈빛에 담겨 있던 대화입니다. 많은 남자들을 만났고 지금도 만나고 있으며 언제나 핵인싸에 할 말을 거침없이 해서 하는 현아. 곁에 있지만 공기처럼 존재감이 없이 그저 겨우 '존재'하고 있는 미정. 둘은 정말 다릅니다. 하지만 현아는 그런 미정에게 '너나 나나' '왜 이래 순진한 척'이라며 둘은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양 극단은 둥글게 이어 붙이면 가장 가까운 접점이 되는 이치인 걸까요. 정말 다르다고 생각한 것들이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될 때는 왠지 슬퍼집니다. 그렇게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쓰며, 한쪽 끝에서 멀어지려고 애써서 가장 먼 곳에 도착했다고 여겼는데 신의 풀칠 한방으로 갑자기 가장 가까워져 버린 그런 허망함과 슬픔.


고귀함과 천박함.

진실과 거짓.

사랑과 미움.

부유함과 가난함.

행복과 불행.


그 양 극단이 한방의 풀칠로 가까워진 듯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으시죠?

없다고요?

왜 이래요, 순진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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