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

얼음 한 알

by 그나보

엄마는 갈증이 점점 심해지나 보다. 그렇다고 목마를 때마다 물을 마시면 그만큼 속이 부대끼고, 물을 담은 스프레이를 칙- 뿌려도 진짜 그때뿐. 요즘은 의료진 조언대로 물 대신 얼음 한 조각 물고 있는데 잠깐이나마 갈증이 해소되는 모양이다.


병원 편의점에서도 일회용 컵에 담긴 얼음을 살 수 있지만 어차피 매일 병원에 가니까, 보냉병에 소량씩 얼음을 뽑아간다. 얼음정수기 덕을 또 이렇게 보는군. 렌탈료가 비싸서 당시엔 고민을 좀 했었는데. 뜬금 없이. ㅎㅎ


병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음료수 병이 알록달록 가지런히 서있네. 엄마는 일절 못 드시는 것들인데? 알고 보니 엄마 보러 손님들 오면 내주려고 나 없는 사이 지인에게 부탁하신 모양이다.


달그락달그락, 입 안의 얼음을 굴리며 엄마가 말한다.
"시원한 물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들 부러워."
창 밖을 내다보면서는, "날씨 좋다. 저렇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 부럽네."


"이제 집에 가서 아이 챙겨~ 집에 혼자 있잖아. 얼른 가~"

"..."
"왜 또 앉니, 어여 가라니까."
"엄마, 나 병원 온 지 이제 한 시간밖에 안 됐어~"


엄마의 재촉이 시작된다. 옆에 있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파도에 뒹굴거리다 밀려나는 조개껍질처럼 주섬주섬 짐을 싸 병원을 나서게 된다.


엄마랑 둘이 더 있고 싶은 걸까 아님 얼른 집에 가서 정리도 하고 여유로이 저녁 준비를 하고 싶은 걸까. 둘 다 맞는데.. 에잇 나도 모르겠다..


차창으로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에 눈을 감았는데 이내 높은 나무와 만났는지 감은 눈꺼풀 안에서 정신 사납게 점멸한다. 병원을 오가며 얼굴 도장 찍는 것 외에 달리 하는 일도 없는데 집으로 가는 길은 왜 이리 노곤한 지 기운이 쭉 빠진다.


오늘 저녁도 배달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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