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양, 김치도 한 입 먹어줘요

엄마의 유일한 낙

by 그나보

후루루룩, 쩝쩝..
캬아~~ 시원해~
오, 국수 너무 맛있는데요?!


점심 때라 그런지 옆에서 소리만 듣는데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김치도 좀 먹어주지.." 빨려 들어갈 듯 영상에 눈을 고정하며 엄마가 하는 말이다. 그 말에 나도 새콤하게 익은 김치가 떠올라 입에 침이 고인다.


'꿀꺽!!' 침을 삼키는데, 엄마가 들으셨을까 의심스러울 만큼 큰 소리가 난다. 꼬르륵 소리까지 이중주로 아주 난리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면 엄마는 나더러 병원에 보호자식을 신청해서 먹든 나가서 사 먹고 오든 하라며 등을 떠밀지만 몇 달째 못 드시는 엄마를 보면 먹는 것조차 죄스러움이 된다.


케모포트를 통해 매일 영양제를 맞고는 있으나 먹고 싶은 욕구, 배고픈 느낌은 가시질 않는다. 음식을 넘기지 못하게 되면서 엄마의 유일한 낙이 있다면 바로 먹방이다. 엄마는 병실에서 종일 쯔양의 먹방 영상을 보며 텅 빈 위장에 가상의 음식들을 채워 넣는다.


날이 부쩍 포근해졌고 그간 꽁 숨겨져 있던 엄마의 다리가 이불 밖으로 나와있다. 손바닥에 로션을 짜서 비비고 다리 한쪽 한쪽 부드럽게 문질렀다. 다리 근육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얇디얇다.


엄마가 슬슬 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쯔양 영상에 집중하는데 방해되나 싶었는데, 밤새 뒤척이다 놓쳐버린 잠이 엄마의 두 눈 위에 앉아있네. 이젠 나도 집으로 가야겠다.


집에 와서 마치 종일 굶은 듯 허겁지겁 젓가락질을 했다. 먹방을 보는 엄마의 모습이 겹쳐져 눈앞이 흐려졌다. 빌어먹을 배고픔.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잘 먹고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그런 먹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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