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혼자서 할 수 없는 일

by 그나보

앙상하게 마른 등과 팔다리가 눈에 들어오니 눈동자는 순간 갈 곳을 잃고 방황했다. 자칫 눈앞이 흐려질까 봐 발랄한 동작으로 발을 내리꽂아 장화를 신고, 비닐 앞치마를 질끈 묶는다.


기력이 없어 한동안 씻지 못했던 엄마를 활동사님 도움을 받아 씻겨드렸다. 사실 노련한 활동사님이 다 하고 나는 곁에서 파닥거린 정도. ㅎㅎ


"엄마 목욕 돕는 건 처음이죠? 내 아이는 숱하게 씻겨줬겠지만 부모님 씻기는 건 다들 서툴러요."


목욕 의자에 앉아 낯선 손길에 몸을 맡긴 엄마, 그런 엄마를 보고 있는 나도 살짝 긴장했지만 활동사님 덕분에 목욕은 순조롭게 끝났다. 개운하다며 방긋 웃는 엄마 얼굴이 근래 들어 가장 밝았다.


집에선 씻겨드릴까 물어도 기운이 없다며 거절하기 일쑤였는데, 호스피스에 와서는 흔쾌히 목욕하겠다며 내게 준비물을 일러주더라. 엄마의 그런 변화가 내심 반갑다. 마음이 편하다는 의미일 테니.


이날은 신부님도 다녀가셨다. 엄마도 나도 오랜 냉담자이지만 늘 하느님의 울타리 안에 있다고 믿어왔기에 갑작스러운 방문이었음에도 위로받았고, 조금이나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솔직히 두려우나.. 그 시간 속에서 충만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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