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호스피스 입원을 하루 앞둔 일요일 저녁, 남편도 아이도 다 나 몰라라하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요양병원에 가퇴원을 요청해서 엄마와 함께 친정집으로 갔다.
불편감 때문에 반듯이 누울 수도 없고, 밤새 화장실을 오가며 빈 속을 게워내던 엄마 옆에 이불 깔고 누워보니 엄마가 보낸 밤들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아주 조금이나마 알겠더라.
설 명절이 끝나자마자 예약한 병원으로 혼자 대리진료를 다녀왔었다. 호스피스 병원은 많지 않고 그마저도 대기가 늘 상당하다. 엇, 대기 5번? 두 자릿수일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래도 당장 엄마의 컨디션을 생각하면 하루가 급했지만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1-2주 예상했는데 운이 좋았던 건지 돌아오는 월요일에 입원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다. 오예!! 으~아!!! 너무 좋아서 속으로 괴성을 질렀던가..
49kg이었던 몸무게가 48, 46, 42kg.. 급격하게 줄더니 지금은 38kg에 이른다. 앞자리가 3으로 바뀌면서, 엄마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랐던 기대와 희망이 반토막 났다. 엄마는 여전히 먹지 못한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걸까? 항암을 중단한 병원에서는 암 때문이다, 더 이상 해줄 것이 없으니 요양병원으로 가라하고.. 먹지 못해 기력 없는 엄마에게 요양병원은 계속해서 주사액을 연결했다. 간 수치며 혈당 등 세심한 관리가 동시에 필요하다던데, 어쩔 수 없이 영리를 위한 곳이구나 싶었다.
월요일 10시를 앞둔 시각, 약속보다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병동으로 올라와 엄마가 배정된 침대에 눕자 의사와 간호사, 활동사가 동시에 엄마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깜짝 놀랐다. 조용한 병동에서 환자와 가족을 상대로 능수능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절차와 깊이 그리고 그 온도에.
말기 암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통증 조절과 남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호스피스.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첫날, 엄마는 자신을 돌보는 손길에서 전에 없던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