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에서는 환자의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호스피스에 들어갔기 때문이 아니라, 말기 암 환자의 상태는 계단식으로 나빠지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병동의 입원 기간이 60일인 것도 호스피스에 대한 오해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60일이 지난 후에는 어떡하나, 처음엔 막막했다. 그런데 병실에서 지켜보다 보면 60일이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고통으로 잔뜩 찡그린 미간의 주름, 야윈 몸만 아니면 엄마는 위중한 환자가 맞나 오해받기 쉬울 만큼 생기 있어 보이는 얼굴이다.
결국 콧줄을 끼웠고 그동안 엄마를 힘들게 했던 구토로부터 벗어나게 되어서 그런가.. 조심스레 권유하고 엄마가 결심할 때까지 기다려주신 의사 선생님께 감사하다.
엄마 바로 옆 침대는 오늘따라 소란스럽다. 어라, 면회는 두 사람까지 가능한데 병실로 들어온 두어 사람이 어느새 서넛이 되나 싶더니..
옆 환자분이 유언 공증 하는 날이라고 한다. 변호사와 유산을 상속받을 이들이었다.
환자가 정신없는 와중에도 자신의 이름은 정자체로 또렷하게 적어야 하나 보다. 손에 펜이 쥐어지고 이름 석자가 힘겹게 그려진다. 변호사가 유언 내용을 확인하는 사이 어디선가 울음이 터져 나온다. 나까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엄마 건너편 할머니가 누워계시던 자리는 휑하니 비어있다. 섬망이 심해져 1인실로 옮기셨다더니 다시 하루가 지나고, 부고가 들려왔다.
보호자들 얼굴에 같은 결의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