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된 엄마
"아니야 아니야, 엄마가 할게. 모처럼 좀 쉬어."
명절에 다 같이 식사하고 나면 음식 가짓수에 비해 그릇은 산더미처럼 쌓인다. 귀찮았지만 의무감에 싱크대 앞으로 엉기적 걸어가면 엄마는 손을 휘휘 저으며 딸을 쫓아냈다.
먹고사는 일, 삼 남매 키우고 가르치는 일이 유일한 미션인 양 엄마는 휴게소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한 대의 트럭 같았다.
단단하고 멋들어진 트럭.
때론 짐을 한가득 싣고 버거워 보이는 트럭.
누구든 옆 자리에 타고 싶은 다정한 트럭.
끈기와 성실함 만큼 오랜 운행으로 낡아버린 트럭.
지금은 고장 나 운행을 멈추고 만 트럭.
싹싹하고 성격 좋은 엄마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돈독하고, 타고난 성실함으로 일은 물론 건강도 잘 챙겨 왔다.
70세의 나이에 고혈압도 당뇨도, 아픈 곳도 심지어 복용 중인 약도 없었다. 그런 엄마가 극심한 오한과 발열로 응급실에 가기까지 전조 증상은 소화 불량뿐이었다.
왜, 평소보다 음식을 좀 더 먹었다거나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더부룩해질 수도 있는. 무심히 소화제 한 알 입으로 털어 넣고 마는 그 소소한 소화 불량 말이다.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 날부터 지금까지 세 달 가까이, 엄마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
검사가 거듭될수록 의심되던 내부의 염증은 낭종이 되었다가 악성 종양으로 그리고 전이까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다.
그렇게 엄마는 췌장암 4기 환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