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 뒤 추움

순대 네 조각, 떡볶이 한 개

by 그나보

"언니, 뭐 먹고 싶어? 몸에서 안 받는 거 아는데 그냥 맛이나 보면 좋겠어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봐."
병원으로 오는 길 이모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다.


격자형 네모난 천장, 창밖의 흘러가는 구름, 바삐 오가는 의료진뿐인 좁은 병실에서 핸드폰 작은 화면은 유일한 낙이 아닐까 싶다. 엄마가 이모와 통화하기 전에 본 영상은 아마 분식 먹방이었을 거다.


그림에 떡이라는 걸 알지만 이모의 재촉에 엄마가 말한다.
"그럼 떡볶이랑 순대..."


11월 3일 응급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엄마는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했다. 신기한 게, 전날까지만 해도 엄마는 소량일지언정 평소처럼 식사를 하셨다..!!
검사 결과 대장 일부가 종양에 눌려 거의 막히다시피 했고, 2주 만에 수술을 받은 엄마는 영양주사에 의존하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령의 나이에 대장문합에 이어 췌장 꼬리 및 비장 절제라는 큰 수술을 받아서인지 퇴원하고도 좀처럼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 때문에 체력 회복까지 더뎠다.


다양한 재료와 양념의 맛을 씹고 음미하며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껴보지 못한 지 벌써 세 달 가까이 되어간다.

배고플 때 무언가 먹고 싶을 때 입에 넣고 소화시키는 그 당연한 걸, 장기간 못 하고 있으니 옆에서 보는 사람 속이 타들어간다. 하물며 엄마는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까.. 음식 냄새 만으로도 "맛있겠다.." 속삭이던 엄마가 떠올라 안쓰럽고 안쓰럽다.


그날 저녁 엄마는 이모가 사다 준 떡볶이와 순대를 먹었다. 누룽지와 과육이 연한 과일만 드시던 엄마였지만 정말 맛보고 싶으셨던가 보다. 순대 4조각과 떡볶이 1개.


그리고 이내 게워냈다.



구토와 설사가 멈추지 않는다. 설사 때문에 퇴원이 미뤄지고 있다. 엄마 몸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어제는 그래도 괜찮았잖아.. 매일 아침 엄마 목소리에 따라 하루의 날씨가 정해지는데.. 오늘 날씨는 '눈 온 뒤 추움'이다.
갈수록 커지는 엄마의 고통과 보호자의 무력감은 고요히 내리는 하얀 눈에 덮여 세상 외롭고 춥다. 이대로 얼어버릴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통증만큼 고통스러운 것